하얀 호랑이

김유진 / / 기사승인 : 2010-01-03 1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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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홍문종 경민대학 총장)

2010년 경인년이 ‘하얀 호랑이(白虎) 신드롬’과 함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막이 올랐다.

(갑인(甲寅), 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 모두 호랑이 해인데 그 중 백호에 해당되는 건 경인년으로 육십갑자의 순환에 의해 60년 만에 한번 씩 돌아온다)

우리에게는 호랑이에게 용맹과 기백이 넘치는 동물의 왕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상서로움의 귀한 상징으로 여기는 전통이 있다.

또 풍수지리학에서도 좌청룡 우백호라고 해서 호랑이 자리를 명당으로 치부했고 호랑이 상은 카리스마 넘치는 최고의 리더십을 갖춘 관상이라는 의미로 지도자에게 붙는 최고의 찬사로 통하기도 한다.

호랑이가 500년 이상 살거나,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 백 마리를 잡아먹어야 비로소 백호가 될 수 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것도 백호의 출현을 상서롭게 여겼던 당시 풍속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마다 ‘백호 해’를 향한 특별한 기대감에 들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무역 흑자가 일본을 따돌렸다는 등 국운 상승을 예감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넘치고 있다.

그동안의 어려움과 시련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강한 성장동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국운 융성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핑크빛 전망이 난무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사주가 좋다는)‘백호띠’ 자녀를 얻기 위한 출산 계획이 늘고 있고 결혼을 서두르는 커플이 많아졌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백호 신드롬이 그동안 금값 폭등으로 파리를 날리던 귀금속 상가에 함박웃음을 안겨주고 있다는 소식도 백호신드롬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백색 선호 현상으로 은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게 해 풀죽은 상인들의 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지는 자연의 여러 신호들, 특히 상서로운 징조들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결실을 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몰락을 가속화시키거나 예기치 않은 변란의 단초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인들이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의 호사다마라는 사자성어로 무조건적인 낙관을 경계하라고 가르친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호사다마에 대한 우려는 운동 경기장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득점 뒤에 반드시 위기가 있으니 긴장을 풀지 말아야한다는 야구해설이나 볼을 골인 시키고 난 5~10분 뒤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외쳐대는 축구 해설을 통해서 자주 듣는 경고 중 하나다.

국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좋은 사인들이 속출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생각한다.

갠 날 우산을 준비하고 겨울에 여름 장마를 대비하는 심정으로 세심하게 살피면서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심 아닐까 싶다.

역사도 국운도 사람의 운명처럼 순환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역사건 국운이건 순환일정에 의지한 인간의 예측을 순순하게 수용하지 않는 현실이다.

실제로 역사를 되짚어보자면 지금부터 정확히 100년 전 나라를 잃었던 적이 있고 그 좋은 해라던 1950년도에는 동족상쟁의 비극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결코 녹록치 않은 역사의 불확실성을 입증하는 사례는 이 것 말고도 많다.

반만년 역사 이래 가정 국운 상승기를 맞았다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마냥 호재로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해치지 않는 영물이지만 지도자가 악행을 저지르거나 인륜을 거스르는 일이 많아지면 광포해진다’고 백호의 특성을 설명한 부분과 ‘백호가 나타나면 권력자는 몸을 낮추고 부자는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선인들의 선택에서 지혜를 구하는 과정이야말로 깊이 명시하고 가슴에 새겨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기왕이면 2010년 백호의 욱일승천하는 기운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국운도 힘차게 세계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교수신문에서 설문으로 선택한 새해의 사자성어가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고 한다.

태평성대의 풍요로움에 대한 절실한 기대감이 묻어나는 것 같아 눈길을 끈다.

바람대로 이뤄지려면 모두의 노력과 수고가 있어야겠다.

지금부터다.

역사적 민족적 책무를 다한 고민을 출발점으로 경인년 하얀 호랑이를 향한, 모든 축복을 완성시키기 위한 도약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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