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의 비애(悲哀)

문찬식 기자 / / 기사승인 : 2010-03-17 10: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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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경(인천 서부소방서 검단119안전센터) 119, 이 세 숫자는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을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의 숫자다.

지금도 나는 저 세 개의 소중한 숫자가 부착된 옷을 입고 우리 소방의 도움이 필요한 어느 곳이든지 출동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나 현장은 흥분돼 있는 상태이고 불안정하다. 촌각(寸刻)을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119구급대원인 나로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침착함과 내가 알고 있는 응급처치술을 발휘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들도 우리의 전문성에 의지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 미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손길을 따뜻하게 잡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줘야함은 우리 소방의 이념이자 사명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보호받을 권리를 남용하는 사례가 남발하면서 현직 119구급대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출동신고가 접수되고 사건현장까지 비좁은 도로와 피양하지 못한 차들로 인해 사이렌을 울리며 신호위반과 과속, 심지어는 중앙선을 넘어서야 하는 위험을 무릅쓰며 출동하게 된다. 출동하는 중에도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나의 심리를 요동치게 하지만 환자에 대한 정보파악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등 요구조자에 대한 일념으로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도착한 현장상황이 비 응급환자의 단순 약 처방을 위한 외래진료이거나 만성질환으로 응급실 진료를 원하지 않고 입원실로의 내원을 목적으로 하는 등 응급의료시스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119구급차의 유동성을 저해하는 신고가 늘고 있다.

물론 이를 제지하기 위해 구급대 편성운영 규칙에는 ‘9개 항목에 해당하는 환자에 대해 의료지도 의사의 의견을 들은 후 이송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유선상으로의 의료지도 의사의 의견은 자신의 눈앞에 없는 환자상태의 무지(無知)함과 이송거절 지시 후의 책임소재로 인해 참으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신고자의 권리를 내세워 비응급환자의 무조건적 병원이송을 요청하며 미 이송시 민원제기를 하는 등 현장에서 이송거절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사후 민원야기를 근절하기 위해 다수의 구급대원들은 우선적으로 병원이송을 하는 실정이다.

최근 119구급대원 폭행에 대한 기사가 이슈화 되면서 소방방재청 및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구급대원 폭행에 대해 강력히 대응토록 하는 한편 증거 확보 및 사고예방에 주력하고자 구급차내 CCTV를 빠른 시일내 설치 완료토록하며 소방기본법에 소방활동 방해금지의무 및 위반시 벌칙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입법계획을 수립하고 올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적극 추진 중이다.

119구급대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폭언과 폭력으로 돌아오는 그 상실감과 심적 상처는 어느 외상의 상처보다 더 깊을 것이다. 이 심적 상처를 아물게 해줄 응급처치는 생명의 존엄함을 다루는 119구급대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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