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등은 왜 초록색일까(물음표)

문찬식 기자 / / 기사승인 : 2010-05-16 11: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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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영(인천 강화소방서 소방장)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피난을 용이하게 하는 유도등은 건축물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방시설이다. 출입문 상부, 복도, 계단, 영화관 바닥,벽 등에도 있다.

하지만 유도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멋진 외관을 가진 유도등이 시중에 많이 나왔지만 외형적으로 봐서는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화재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피난구 유도등이나 통로를 알려주는 통로 유도등의 색은 모두다 아는바와 같이 녹색이다. 소방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정열적인 붉은색이 아니고 초록색이다.

왜 초록색일까? 우리 눈의 망막은 간상체(桿狀體)와 추상체(錐狀體)라는 시각세포로 구성된다. 간상체는 명암을 인식하고 추상체는 색채를 인식한다. 간상체는 눈 전체에 퍼져있으며 0.1Lux(럭스) 이하의 어두운 빛을 감지하는 세포이다.

추상체는 망막에서도 수정체와 마주한 부분에 몰려 있다. 추상체 색소에는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녹색이 있다. 이들 분포가 잘못되면 색맹에 걸린다. 바깥에서 해당 색깔의 빛을 받으면 각각의 세포는 전자를 방출시켜 신경계를 거쳐 대뇌로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색깔을 인식할 수 있다.

녹색의 경우 빨간색과 파란색에 비해 채도와 명도가 낮기 때문에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체를 크게 자극하지 않고도 추상체에 잘 인식된다. 가장 늦게까지도 눈에 보이는 색이 녹색이다. 즉 연기가 심한 상태에서도 인간의 눈에 인식할 수 있는 가장 나중의 색깔이 바로 녹색이다.

사람의 눈은 화재시 연기에 의해 가장 많은 방해를 받아 시야가 어두워지므로 탈출을 안내하는 유도등은 그래서 녹색이다. 유도등은 연기와 직접 관계가 있으므로 가급적 건물하단에 있는 것이 좋다. 연기는 위에서부터 쌓이므로 탈출시 까지도 눈에 잘 띄려면 연기 아래에 있어야 유리하다.

그러므로 천장 면에 바짝 붙이는 것보다는 문 바로 위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좋고 복도에 있는 유도등은 바닥에서 청소를 위한 공간 바로 위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유도등은 화재 시 피난을 유도하기 위한 등으로 평상시에는 상용전원에 의해 켜지고 정전 시에는 비상전원으로 자동 전환돼 켜지는 등이다.

유도등 안에는 휴대폰의 배터리와 같은 예비전원이 있어 정전 시에도 20분 이상 켜져 있어야 하고 11층 이상의 층은 60분 이상 예비전원에 의해 켜져 있어야 한다. 예비전원이 정상인지 여부는 간단히 시험버튼을 누르거나 줄을 잡아당겨 켜지면 예비전원은 정상 이다. 줄은 실내등을 켜기 위한 스위치가 아니라 예비전원을 시험하는 스위치다.

전력사정이 좋지 못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도등은 화재 시에만 켜지도록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항상 켜져 있는 등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그래서 시중에 있는 유도등은 두 가지 방법이 모두 혼재되어 혼란스럽지만 예비전원 스위치를 누르거나 당기면 당연히 불은 켜져야 한다.

배터리는 항상 충전중이기 때문이다. 당겨도 켜지지 않으면 커버를 떼 내고 배터리를 교환해주자. 안에 있는 형광등 램프의 가장자리가 까맣게 된 경우는 미련 없이 교환해주자. 이렇게 중요한 유도등을 화재발생시 유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은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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