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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
당내 소신 발언으로 불이익 당한 적도… 탈당이 오히려 더 쉬워
우리나라 정당연구소, 미국ㆍ독일처럼 독립기관이 바람직하다
[시민일보]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새누리당 권영진 전의원은 24일 “정치인은 표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바른 소리를 못한다. 나도 사실은 국회의원 재임기간 동안 그랬다”고 고백했다.
권 전의원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통령이든 당 지도부든 상층부에는 내가 해야 할 바른 소리 한다고 했는데, 정작 유권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외에 있는 지금이야말로 소신발언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기"라며 "유권자와 상호토론하면서 ‘당신 생각이 내가 볼 때는 옳지 않다’고 얘기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전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을에서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꿈을 버린 의미는 아니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실제 그는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나니까,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우리정치를 바꾸고 내가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려면 일할 수 있는 위치에 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며 “이미 정치 길에 접어든 사람으로서 선출직으로 가는 건 당연한 거고, 국회의원 직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때가 되면 언젠가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겠지만, 당분간은 여유를 가지고 뒤도 돌아보고, 앞도 보고, 공부도 하고, 인간적 도리도 다하고, 특히 유권자들하고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에서 토론하면서 생생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소망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권 전의원은 ‘지금의 시간을 10여년 정치활동을 돌아보는 ‘소중한 충전의 시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회의원은 당선 되는 순간부터 그동안 축척했던 지식이나 능력을 계속 까먹고 사는 것“이라며 ”자기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심화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게 맹점“이라고 토로했다.
따라서 권 전의원은 “이런 기회에 그동안 정치인으로 걸어왔던 길,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우리나라가 왔던 길과 가야할 길, 그리고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좋은 나라는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깊게 해보는 시간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며 “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었을지는 모르지만 이로인해 얻은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권 전의원은 특히 여의도연구소가 정당쇄신에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조직보다 사조직이 우선하는 관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당이 책임지고 권력을 만들고, 권력을 운영하려면 그 인적 기관들이 정당 속에 있어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정당과 대통령, 정부와 정당이 계속 유리되는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새누리당이 어떻게 하면 국민과 가까운 정책적인 당이 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선 거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지식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등의 고민을 해소해 줄 곳이 여의도 연구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여의도연구소가 새누리당 부설기관이 아니라 독립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부르킹스 연구소도 민주당과 연계를 가지고 있지만, 정당의 부설 연구소는 아니다. 독일 기민당과 연계된 아데나워 재단 역시 기민당의 이념과 철학, 가치 면에서는 공유하지만 그 역시 독립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다. 재단 소속 연구원들도 당원이 아니지만 자유롭게 연구하고 활동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당연구소도 그렇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의원은 정당 개혁의 한 방안으로 ‘최고위원회의’ 무용론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정당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갈등을 조정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의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는 정치인들의 품성과 정치문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동원형의 정당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당의 최고의결 기구는 정책생산이나 국민의 대변체계라기 보다도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면서 갈등을 양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원내가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가야한다”며 “뉴스의 생산지는 최고회의가 아닌 원내 대책 회의 쪽으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전의원은 “당의 민주적 의사 결정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며 당대표 무용론을 제기했다.
그는 “당원들에게는 무슨 역할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구 당협위원장과 후보자 공천권한을 당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최고위원제를 없애고 원내중심에 정당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게 하면 조직 따로 정책 따로가 아니라, 늘 국민 속에서 조직과 정책이 일치해서 정당이 돌아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초창기 ‘미래연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의 탈당에 대해 “정당을 저버리기보다 그 정당이 국민들 속에서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내부의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개인 의지든 아니든 운명적으로 선택한 당을 스스로의 이해관계와 시류에 편승해서 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미래 연대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탈당 할 때 ‘오히려 탈당은 쉬운 일이다. 오히려 안에서 바꾸는 게 어렵고,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소신발언으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 공천은 당의 실력자가 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주는 것이라는 믿음이 소신껏 발언할 수 있는 용기를 줬다”며 “ 나는 당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다. 나는 당이 지도부 몇 사람만의 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당이다. 지도부는 한시적으로 지도권을 위임 받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사람들의 판단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 당을 잘못 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라면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거다. 당원의 피해일수도 있고 국민의 피해일수도 있다.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소신발언은 그런 배경을 통해 나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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