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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쓰레기통 제작ㆍ보급…홍보나루 운영
쓰레기 감량아이디어 공모전ㆍ경진대회 개최
중고 의류ㆍ완구류 등 아나바다 장터서 팔아
종이ㆍ고철 재활용수익금 사업추진비로 사용
[시민일보]현재 우리나라는 쓰레기를 배출하면 그 양만큼 개인이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병, 캔, 비닐 등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지 않고 별도로 분리수거해서 배출하는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환경도 보호하고 각 개인의 비용 부담과 청소를 맡은 관공서의 부담도 줄어들어 '일석 삼조'의 제도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잘 몰라서, 혹은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종량제 봉투 안에 재활용품을 넣어서 버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 시행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음식물쓰레기를 가정내 하수구에 그냥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와 함께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김기동)는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고 주민들과 구청의 쓰레기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광진구의 쓰레기 현황
광진구는 지난해 11월 지역내 쓰레기가 어떻게 배출되고 있는지 조사를 실시했다. 단독주택, 공동주택, 다가구 및 연립주택, 영업용 쓰레기로 나눠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개봉해 그 안에 들어있는 쓰레기들의 종류를 분류하고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종이, 비닐 등의 재활용 가능 품목은 별도로 분리수거 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봉투를 개봉하면 그 안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만 들어있어야 했다.
조사결과 배출된 쓰레기 중 단독주택은 67%, 공동주택은 50%, 다가구 및 연립주택은 60%, 영업용은 24%가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였다. 이는 영업주들은 자신의 가게에서 비교적 분리수거를 잘하지만 각 가정에서는 아직도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처리하는 비용이 연평균 15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재활용품을 모두 분리수거할 경우 연 7억~8억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각 개인의 경제적인 부담도 문제지만 쓰레기 매립지에서 반입을 거부당해 지역내에 쓰레기가 방치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인식 개선을 위한 쓰레기 제로화 선포식 및 아나바다 장터
광진구는 지난 3월22일 광진광장에서 주민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쓰레기 제로화 선포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사용 가능한 중고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도록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날 발표한 선언문은 모든 쓰레기를 자원으로 인식해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분리수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함께 지역내 주민들이 각 가정에 있던 중고물품을 수거, 교환, 판매하는 아나바다 장터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물품은 의류, 완구류 등의 생활물품이었고 참여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기능에 문제없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각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들을 직접 수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의 필요성 교육과 홍보도 함께 이뤄졌다. 수거된 재활용품들은 서울시 폐금속 자원재활용센터(SR센터·Seoul Resource Center)로 보내져 활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해 재활용된다. 특히 이 중 종이와 고철은 무게를 재 재활용센터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재활용품판매관리기금으로 적립해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음식물쓰레기 감량 대책
2012년 기준 광진구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하루 80톤, 1년이면 2만9000여톤이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22억6000여만원의 비용이 사용됐다. 음식물쓰레기는 대체로 수분이 많아 매립하면 침출수가, 소각하면 매연이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또한 지난해까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바다에 투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금지됨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는 반드시 줄여야 하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내 아파트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을 각 가정의 배출량에 관계없이 같은 비용을 부과하는 정액제 방식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일반 가정에 비해 많은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해왔다.
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음식물의 수분을 제거한 후 분쇄해 부패를 방지하고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형 음식물쓰레기 감량화 기기를 지역내 아파트 단지에 설치해 시범운영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해 11월까지 4달간 사용한 결과 투입량 대비 배출량이 12~2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음식물쓰레기의 운송 비용 및 처리비용이 기존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 해당 기기를 사용한 주민들의 민원 및 기기의 고장이 발생하지 않아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는 추가적인 시범 운영해 주민만족도와 불편사항을 조사한 후 결과가 좋을 경우 예산을 확보해 추가적인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
광진구는 휴지통을 없애면 휴지통 때문에 발생하는 냄새를 줄일 수 있고 미관상으로도 좋은 한편 휴지통에 버리던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그만큼 쓰레기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4~5월 건대 맛의 거리, 자양동 양꼬치 거리 등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화장실 휴지통 없애기를 지도했다. 이 사업은 애초에 음식점 업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업주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다만 실제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만큼 화장실에 ‘휴지는 변기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시민을 상대로 한 홍보도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초기 구청 직원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대부분의 음식점 업주가 화장실 휴지통을 없애는 것까지는 잘 진행됐지만 이후 음식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협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변기에 화장지 외의 이물질을 투척하거나 취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며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일부 시민의 ‘화장실엔 휴지통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음식점이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한 상황이다. 구 관계자는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음식점 업주뿐 아니라 음식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협조 및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시민들을 상대로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쓰레기 제로화 공모전 및 경진대회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구에서 아무리 우수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주민들이 쓰레기가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다. 구는 주민들에게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알리는 한편 쓰레기 줄이기에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5월 ‘쓰레기 제로화 우수사례 공모전’을 열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쓰레기 제로화 실천 사례 등을 모집했다. 그중 우수작 9건을 선정해 지난 7월 시상식을 열었다. 구는 이 사례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동 주민센터 및 공공기관에 비치해 주민들에게 쓰레기 제로화 사업을 알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한편 같은 기간 규모가 100가구 이상인 지역내 공동주택 72개 단지를 대상으로 쓰레기 감량 경진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는 5·6월의 단지별 쓰레기 배출량을 측정해 5월 대비 6월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을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대회 결과 가장 많은 쓰레기를 줄인 곳은 전월과 대비해 60%를 감량하기도 했다. 이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쓰레기를 감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외에도 광진구는 지역내 가정들에 분리수거를 쉽게 할 수 있는 전용 용기를 보급하고 화양동 주민센터에 쓰레기 제로화 홍보나루를 설치해 재활용의 필요성과 방법을 홍보하는 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사업을 다각도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는 성상검사결과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각 단체에서 반입하는 쓰레기에 어떤 물건들이 포함돼있는지 성상검사를 실시하고 재활용품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해당 단체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광진구는 공사측이 올 한 해 동안 실시한 성상검사 결과 지난 8·9월 성상개선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구의 성상검사 위반율은 2.6%로 서울시 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낮은 위반율을 보여왔기 때문에 ‘2013년 반입폐기물 성상개선 우수지자체’로 선정돼 오는 31일 열릴 행사에서 감사패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광진구는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은 경제·환경적으로 모두 이득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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