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안철수 vs. 화끈한 윤여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1-10 13: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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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세일즈’에 나선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윤여준 의장의 화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안 의원의 화법이 지나치게 애매모호해서 탈이라면, 윤 의장은 반대로 너무(?) 화끈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 8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새정추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한 지역신문기자가 안 의원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를 낼 것이냐”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은 ‘낸다’, 아니면 ‘안 낸다’는 둘 중 하나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게 맞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 엉뚱하고도 황당했다.

안 의원은 "어떤 분이 출마하느냐가 정당으로서 국민께 말씀드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아니냐"며 "최선을 다해 저희 생각을 구현할 분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후보를 내겠다는 건지, 안 낸다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도 안 의원의 답변이 시원치 않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던 기자가 똑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그러면 돌아온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안 의원은 "저희들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자격이 되는 분을 소개시켜드릴 수 있을 때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조금 진전된 답변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기자들도 같은 취지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그러자 보다 못한 윤여준 의장이 “할 말이 있다”며 끼어들었고, “대구·경북 시장 및 도지사 후보 낼 생각이냐 물었다. 당연히 낼 생각이다. 여기처럼 중요한 지역에 후보를 안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것으로 모든 상황은 정리됐다.

이렇게 간단히 답변하면 되는 것을 안 의원은 왜 못하는 것일까?

안 의원의 독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분히 의도적인 것일까?

안 의원은 서울대 출신의 의학박사다. 따라서 기자의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황당한 답변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윤여준 의장도 안철수 의원이 애매모호하게 답변을 한 것에 대해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애매모호한 화법은 독해능력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기 의도’에서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안 의원은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 아닌가.

더구나 ‘새 정치’를 구호로 내건 정치인이다. 그런데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애매모호한 화법, 글로 먹고사는 기자들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화법을 구산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안 의원은 화법만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라, 정치행보 역시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안철수신당 문제만 해도 그렇다.

6.4 지방선거에 참여한다고 선언했으나. 선거 이전에 창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나온 대답이 없다. 그러다보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 시장 후보를 내는 문제도 그렇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윤여준 의장은 지난 9일 TBS '퇴근길 이철희'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를 할 목적으로 새 당을 만드는데 수도 서울에 시장후보를 안내면 국민들이 뭐라고 보겠느냐. 그러면 사람들이 제대로 된 당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장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화끈하게 밝혀주었다.

그렇게 속 시원한 말이 안철수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 의원이 정말 대권을 꿈꾸고 있다면 그 애매한 화법부터 당장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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