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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홈쇼핑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95년 8월1일이다.
당시 2개의 채널로 출발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6개의 채널로 늘어났다. 연간 이용자가 무려 1600만명에 달해 그 위상은 이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TV홈쇼핑의 불공정 거래 관행은 여전하다. 중소 납품업체에 판촉비용을 전가하는가하면 구두 발주 등 홈쇼핑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런 홈쇼핑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생산해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기업 상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그토록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창조경제를 이루는 근간인 벤처기업은 상품유통망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제 아무리 벤처기업 창업지원에 심혈을 기울여도 유통망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벤처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따라서 미래창조부가 앞장서서 벤처기업의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역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 홈쇼핑 채널이다.
지금 제한된 채널수로 인해 TV홈쇼핑이 배부른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경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인지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TV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알리길 원하지만 실제 방송되는 비율은 매우 낮아 차별화된 신규 홈쇼핑 채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지난 3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창업·아이디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10개 중 9개는 빛도 못보고 사라진다"며 중기·창업 기업들을 위한 신규 홈쇼핑 개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한 뒤 신규 홈쇼핑 채널 개설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청장이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전용 TV홈쇼핑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홈쇼핑 허가권을 쥐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TV홈쇼핑 추가 설립과 관련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최근 롯데홈쇼핑 비리 사건과 관련해 주무관청인 미래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성가신 신규 홈쇼핑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복지부동의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사실 박 대통령이 2기 개각을 단행하면서 ‘무능하다’는 지판을 받아 온 최문기 미래부 장관을 경질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둘째, 시장 잠식을 우려한 기존 홈쇼핑 업체의 반발이다.
실제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TV홈쇼핑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홈쇼핑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 상위 3개 업체가 홈쇼핑 시장을 거의 독점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홈쇼핑 시장에서는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이 2005년 이후 70%를 웃돌다가 2012년에는 7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의 독과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런데도 미래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존 홈쇼핑 업체와 미래부 고위 간부들 사이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신규 홈쇼핑 채널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그런 커넥션에 한축을 이루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홈쇼핑이 뿌리는 어마어마한 홍보비가 언론사들을 움직여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미방위 위원장 홍문종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벤처기업 유통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역시 결과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채널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실제 최경일 교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인 유통과 판로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신규 홈쇼핑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미래부의 수장도 바뀌니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 미방위가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어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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