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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다.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하루가 3년처럼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야당의 불참 속에 열린 지난 26일 본회의를 정의화 국회의장이 사실상 곧장 산회시키면서 30일 본회의로 안건 처리를 미루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본회의를 며칠 미뤄 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황당하다. 사실 26일 본회의 개최와 안건 처리는 정 의장 스스로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사안이었다. 심지어 정 의장은 새정치연합이 26일 본회의에 불참할 것에 대비해 새누리당 지도부에 “소속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해 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었다. 입법부 수장의 말을 믿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전원 참석을 요구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장관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까지 모두 국회로 집결했다.
그런데 정 의장이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고도 법안 등 90개 안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불과 사흘 뒤로 미루었을 뿐이고, 그 사흘 뒤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국민들도 인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메 문제다.
즉 30일이 되더라도 본회의에 야당이 조건 없이 들어와 안건 처리에 협조하거나, 야당의 불참 시 정 의장이 국정감사 실시 안건과 계류 법안 91건을 상정하고 이를 여당이 단독 처리하는 수순을 발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세월호특별법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한 것도 사실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기국회 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여야 모두 대화채널 복원을 호소하면서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께 여야 대표회담을 긴급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오늘 당장이라도 만나 세월호법 제정 문제와 국회 정상화 문제가 통 크게 일괄 타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이 시간 이후부터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화답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 위원장이 세월호법관 관련해 어떤 결정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게 있는가?
없다. 그들은 항상 유가족이 동의하는 특별법, 혹은 양해하는 특볍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가족과 면담한 후 야당에서 마련한 새로운 협상안의 내용부터 먼저 밝히고 협상을 요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걸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아예 그런 협상안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두 번이나 여야 원내대표간에 합의한 재합의안조차 추인 받지 못한 당이 또 다시 비대위원장, 그것도 다음 전당대회가지 한시적으로 대표직을 맡은 사람을 내세워 협상을 한다고 한들 그게 당에서 추인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 아니겠는가.
세월호법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정리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여야가 마주 앉는 것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 쇼에 불과하다. 그런 자리에 여당 대표가 들러리를 설 이유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비대위원장이나 당대표가 나설 일이 아니라 여야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이끌어야 할 사안이다.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그저 당의 갈등을 진정시키면서 다음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 이상은 월권이다.
지금 새정치연합 비대위 구성문제로 얼마나 시끄러운가. 당내 중도·온건파 의원들은 문희상 비대위를 사실상 친노·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며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2~3명 정도의 추가 인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온건파 인사들은 지난 26일 문 위원장과 3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비대위 구성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이 같은 요구를 강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학규계와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도 계파 몫의 비대위원 임명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강창일,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은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비대위에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이상민 의원도 최근 김·안 전 대표를 찾아가 비대위 참여를 요청한 뒤 문 위원장에게 중도파 비대위원 추가 인선을 요청했다.
이런 당내 갈등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무런 해법도 없이 여야 갈등을 풀겠다고 나서다니 무모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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