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불출마 번복 사실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0-01 13: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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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합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3일째 되던 날 아주 비장한 각오로 이렇게 말했었다.

"저는 정치적 인생의 꿈이 없다. 다음 당 대표, 원내대표 나갈 사람도 아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사람도 아니다."

문 위원장은 작년 1월 17일, 그렇게 20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었다.

당시 그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당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문 위원장은 당시 통합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회초리 민생 현장 방문’이라는 이벤트를 벌였었다.

대선패배에 대한 사죄와 참회의 의미에서 시작했다지만, 첫날부터 냉랭한 분위기 속에 쓴 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첫날인 작년 1월15일 행사를 위해 광주YMCA에 100석 규모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참석자는 고작 30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일반시민들이라기보다는 당원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후의 일정 역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자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벤트 성격의 보여주기 식 행사보다는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행동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문 위원장은 같은 해 1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70년, 80년대 우리당을 처음부터 만들었던 분들, 이름을 부르기도 감히 외람된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동영이 다 나와서 무릎을 꿇고, 절하는 것 자체가 힘든 분들이 절하는 모습을 보고 쇼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느 당 출신이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의미로 "저는 정치적 인생의 꿈이 없다. 다음 당 대표, 원내대표 나갈 사람도 아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사람도 아니다"라며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것이다. 이후 정계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문희상 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는 하나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자신의 말을 뒤집고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여긴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그가 불출마 의사를 번복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1일 ‘일요신문’에 따르면, 해당 언론사 소속 기자가 지난 19일 문희상 의원실을 찾았는데, 그곳 관계자로부터 “문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적이 없다. 단지 그 때는 ‘불출마를 각오’할 만큼 당 쇄신에 임하겠다는 뜻이었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문 위원장은 차기 총선 불출마의사를 철회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당시의 읍소 역시 ‘거짓’인 셈이다. 따라서 그가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어 무슨 쇄신 작업을 추진하든지 그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문 위원장은 입만 열면 진정성을 강조한다.

실제 그는 1일 국회등원 입장을 밝히며 “난 계파 보스도 아니고 '무욕'이고 힘이 없다”고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는가 하면, 지난 달 26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는 “세월호 문제의 핵심은 진정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직접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의미로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치인이, 그것도 아주 단호한 어조로 공개적인 선언을 했던 정치인이 그것을 철회한다면, 누가 그런 정치인의 진정성을 믿어 주겠는가. 또 진정성을 의심받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떻게 당내 의원들의 존경을 받으며 당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되레 국민들로부터 눈총만 받게 될 것 아니겠는가. 그로인해 가뜩이나 바닥을 치고 있는 정당 지지율이 더 폭락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총선불출마 철회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문 의원실 관계자라는 사람이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설마하니 그토록 진정성을 강조하던 문 위원장이 ‘쇼’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했을 리 없지 않는가.

그러나 이번에 불출마 철회 보도가 터져 나온 이상 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래서 문 위원장에게 묻겠다.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당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쇼였나?

아니면 그것은 진정성 있는 선언으로 차기총선 불출마의지는 여전히 확고한 것인가. 그래서 현재 비대위원장으로서 하는 모든 쇄신작업을 진정성 있다고 믿어도 되는가?

이에 대한 문 위원장의 빠른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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