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신변보호 강화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0-12 12: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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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공기업 비리 척결을 주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은 이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한 공공기관의 직원이 내부비리를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 제보했는데 이 내용이 고스란히 회사 간부에게 전달됐고, 결국 제보자는 해임되고 말았다는 황당한 소식이다.

앞서 지난 7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 A씨는 공사 간부의 비위 내용이 담긴 메일을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고스란히 공사 측에 전달됐고, 내부고발자란 오명을 쓰게 된 A씨는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드림파트문화재단 직원 B씨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실을 찾아가 회사의 각종 비리를 제보했다. 그리고 이메일로 자료를 달라는 의원 보좌관의 요구에 매립지공사가 보유 중인 7000억원대의 기금이 불투명하게 사용됐다는 의혹 등을 밤새 정리해 메일을 보냈다.

요컨대 신규 매립지를 조성해야 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이 제보 자료가 고스란히 공사 간부에게 넘어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의 모 보좌관은 사실 확인차 자료만 보냈을 뿐 제보자 신원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 제보 내용 등을 봤을 때 제보자를 금방 찾을 수 있었고, 조직 내에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린 제보자는 결국 지난달 석연찮은 이유로 해임되고 말았다.

국회의원은 대통령령이 정한 공익신고 접수기관이며,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수도권매립지공사의 내부제보자에 대해선 신분이 노출되고,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혹시 매립지공사가 특정 정치인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최근 환경부는 매립지공사 사장이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유력 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민간단체에 회비를 지출한 점을 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는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국가권익위원회와 검경 등 수사기관이 즉각적으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사실 이번 일은 충분히 ‘예고된’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익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신고자 보호 조치는 여전히 뒷전인 것으로 나타났다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8월까지 공익신고는 총 5100건이 접수됐다. 공익신고 건수는 해마다 급증해 지난 2011년 292건, 2012년 1153건이던 것이 지난해 2876건으로 증가했다. 현 추세대로면 올해 전체 건수는 지난해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작 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로는 보호조치(사후에 불이익 등을 원상회복하는 조치), 신변보호(물리적 신변 위협 보호), 신분공개 경위 확인(공익제보후 신분공개된 과정 파악), 불이익 금지조치(사전에 인사상 불이익 등 예방 조치) 등이 있다.

그런데 공익신고 후 신고자가 신청한 보호 요청은 총 40건이었지만 이를 권익위가 받아들여 실시한 건수는 13건에 불과하다. 특히 직장내 파면, 전보조치 등에 대해 사전에 예방하는 불이익 금지조치는 단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전적 예방 효과는 거의 없고 불이익을 받은 후 사후적으로 보호 요청을 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설사 권익위가 보호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강제성이 없어 신고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제주 세계 7대 경관 선정 투표와 관련한 전화요금 부과 부정의혹을 신고한 A씨는 KT로부터 원거리 전보조치를 받고난 후 보호요청을 신청했지만, 이미 사내에서 소문은 퍼질대로 퍼졌고 회사는 장기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임하는 등 신고자에 대한 '부당한' 인사를 계속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박 대통령이 공기업 비리 척결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권익위는 내부고발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사례가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사 당국은 공익제보자 신분노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연루자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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