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무성...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0-22 15: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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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신의 개헌발언을 사실상 철회하는 등 최근 들어 급작스럽게 낮은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다. 한때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친박 솎아내기’를 할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앞서 김 대표는 중국 방문중인 지난 16일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귀국직후인 바로 다음날 자신의 발언을 ‘실수’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사과한다는 뜻까지 전달했다.

이후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 때에도 김 대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문무합작' 파트너로 관심을 모았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다"며 김 대표의 발언을 비판할 때에는 물론 홍문종, 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잇달아 “시기상조”라고 지적할 때에도 김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예전의 기세등등했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청와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실제 청와대가 지난 21일 김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개헌봇물’ 발언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라며 “그 발언은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윤 수석의 발언이 전해졌으나 김 대표는 “지난 17일 아침 회의에서 그와 관련된 해명을 할 때 ‘일체 앞으로 개헌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다’고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 지금도 어떤 경우에도 얘기할 생각이 없다”고 다시 한발 물러섰다.

오히려 야당에서 들고 일어났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은 이날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는 철저한 개헌론자로 정기국회, 세월호 국회가 끝나면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해 오신 분이기 때문에 작심하고 하지 않았겠냐”며 “김 대표가 다음날 대통령께 사과를 하고 한 발 물러선 것은 2보 전진을 위해서 1보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 친박계의 반발도 잇달았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전날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 때문에 국정감사가 실종되다시피 했다"며 공세를 이어갔고, 김재원 의원은 "개헌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은 많지만, 개헌을 통해서 현재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 의원분 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국포럼 2014'에서 한국 정치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정치권의 개헌 논의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욕을 먹는 국회의원들끼리 총리, 장관자리를 나눠 갖는다면 국민이 용납을 하겠느냐"면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나 같은 것으로, 대통령보다 국회의원들이 더 욕을 먹는 현실에서 의원들이 뽑는 총리나 장관을 국민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자신들이 직접 (지도자를)뽑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야권에서도 그를 비판하는 소리가 나왔다.

실제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발언은) 기가 막혔다"며 "아무리 당 대표라도 국정감사 기간에 외국에 나가서 개헌 얘기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물론 당내 친박계와 야당 비노(비노무현) 수장격인 안 전 공동대표까지 김무성 대표의 개헌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가 고개 숙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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