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속셈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0-23 13: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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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개헌방향으로 제시했다.

비록 다음날 귀국직후 자신의 발언을 ‘실수’라며 사실상 철회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원집정부제 개헌’이라는 자신의 소신까지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김 대표는 왜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그토록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김 대표가 언급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를 실시하는 오스트리아에서의 대통령은 비록 국민이 뽑지만 허수아비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지명한 총리는 행정부 통할, 법률안 제출권, 예산편성권, 행정입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즉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보다도 국회의원들이 지명한 총리의 권한이 더 막강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국가에서의 최고 통치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다.

아마도 김무성 대표가 이런 이원집정부제를 개헌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총리가 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

먼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17~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를 보자.

여야 차기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21.6%로 1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의원이 13.8%로 2위에 올랐다. 반면 김무성 대표 10.1%로 3위에 그쳤다. 선두 박 시장과의 격차가 무려 두배 이상 벌어진 수치다.

여기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포함시키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더욱 초라하다.

반기문 총장이 39.7%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이어 박원순 시장 13.5%, 문재인 의원 9.3%, 김무성 대표 4.9% 순이다. 김 대표의 지지율은 반기문 총장에 비해 무려 열배 가까이 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김 대표가 국민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다.

반면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이원집정부제에서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방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은 원내 제1당이 한 사람을 후보로 내보내면,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투표로 선출하는데 사실상 형식적이다. 그냥 다수당이 낸 후보가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원내 1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러면 차기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매우 높은 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이 43.6%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20.4%에 불과했다. 양당 격차가 무려 23.2%p에 달하는 것이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실시한 결과 역시 엇비슷하다. 새누리당이 44%인데 비해 새정치연합은 21%에 그쳤다. 양당 격차가 23%p로 두 배 이상 크게 벌어졌다.

새누리당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하에서 총리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대통령이 될 자신은 없고, 그에 버금가는 권한은 갖고 싶은 김무성 대표의 욕심이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하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 좋아 분권형이지, 실상은 국가 최고 권력자의 선출권을 국민으로부터 빼앗아 국회의원들인 자신들이 갖겠다는 ‘김무성표 개헌’에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동의해 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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