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영입카드, 與 친박 vs. 野 비노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11-03 16: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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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반기문 신드롬’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영입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물밑에서는 이미 뜨겁게 달궈진 양상이다.

반 총장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39.7%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1위에 올랐다. 반 총장의 임기만료는 대선 약 1년 전인 2016년 12월로 여야 모두가 차기 대선주자로 탐을 냄에 따라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반기문 카드'는 '포스트 박근혜' 이후 뚜렷한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 일부와 '문재인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비노(비노무현) 계에서 고민하는 카드다.

실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 좌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이달초 새정치연합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을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일에는 구체적으로 반기문 사무총장의 측근들이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 문제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권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기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가 (반 총장을)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해야 한다는 뜻이냐'고 기자들이 질문했고, 권 고문은 "물론이다. 그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친노 진영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 총장이 여권 또는 야권 후보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모두 있다"며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 양측 모두 반 총장을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다"고 사실상 반기문 영입경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동교동계의 한 핵심 인사는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한 풀 꺾이면서 그 대안으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반 총장을 언급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호남을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한 야당과 반 총장을 배출한 충청이 힘을 합치는 '제2의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로 정권 탈환을 이뤄내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그동안 친노 핵심세력과의 결별을 전제로 한 '제3지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제기해 온 세력들이 최근에는 반 총장을 대안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계의 반발로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선명성과 '출신'을 따지는 친노계 다수의 태도가 반기문 카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여당의 상황은 어떤가.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도 반기문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박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세미나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반기문 대망론'을 언급했고,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며 "대세가 한쪽으로 돼 버려서 치열한 경선을 해야 한다면 반 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주도한 유기준 의원도 "(야당과 여당 후보군의)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나서 이택수 대표나 언론에서 (반 총장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가세했다.

그러다보니 여의도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반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옹립하려 한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그것은 지나친 예단”이라며 “아직 대통령 임기가 1년 7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차기 대통령에 관해서 자꾸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반 총장은 높은 인지도와 함께 지역과 연령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여당과 야당 그 어느 쪽도 쉽게 반기문 카드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반 총장이 과연 두터운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혹자는 현실정치에 부딪힌 ‘안철수 현상’이 안 전 공동패표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소멸되듯이 ‘반기문 신드롬’도 그렇게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친박계와 새정치연합 비노계의 반기문 총장을 향한 구애의 손짓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그게 정치의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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