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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복지과잉’ 문제가 드디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누리과정(취학전 3∼5세 아동보육비 지원사업) 및 무상급식 예산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간 갈등이 의도 정치권으로 옮겨 붙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갈등은 이른바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라는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예산을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서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을 편성했지만 오히려 급식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들 안전을 위한 시설보수와 교육기자재 비용은 부족해서 교육의 질이 하락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무상급식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심지어 교육예산을 둘러싼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의 갈등과 관련, 일각에선 차제에 교육감 선출 방식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광역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하든, 광역의회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하든 해야지 교육수장을 따로 뽑는 것은 대단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임을 내세워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면서 누리과정 예산확보를 내년도 예산심의의 핵심으로 내세워 '무상복지 드라이브'에 다시 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관련해 "지방재정이 파탄 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너희가 책임져라'고 하는 건 너무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문위 간사인 김태년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누리과정 지원비용 확대를 공약해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며 시도교육청에 다 떠넘기는 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여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예산 편성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누리과정 때문에 무상급식을 건드는 건 말이 안된다"며 "무상급식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유아교육예산인 누리과정 예산공방을 벌이면서 교육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무상급식이 다시 쟁점화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상급식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교육정책에 급식지원이 최우선에 가야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교육청 급식예산 지원을 놓고 일선지자체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예산이 워낙 긴축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필요성마저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학교 현장 역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으로 잃어버리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현장에 실제로 필요한 교육 기자재나 시설보수가 무상급식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새정치연합은 3∼4세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올해 예산전쟁의 핵심 키워드로 꺼내들었다고 한다.
국가재정 부족을 이유로 지방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려 충당하라는 정부의 논리에 맞서 무상보육 및 무상급식 이슈를 쌍끌이로 내세워 전선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아마도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무상 시리즈'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학습효과를 통해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일찌감치 '3∼4세 아동 누리과정 국가책임 강화'를 10대 핵심 증액사업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전날에는 당 지도부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소속 일부 교육감과 면담을 갖고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른바 '복지과잉'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상복지’는 무조건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모습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서 내건 '공짜 버스'공약을 연상케 한다. 과연 이것이 ‘진짜 복지’인지, 아니면 '복지 포퓰리즘'인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과잉복지로 인해 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라면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무상복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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