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박지원= 노무현 vs. 김대중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2-29 1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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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2.8 전당대회가 결국 ‘문재인 대 박지원’의 대결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빅3’ 후보 가운데 정세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다크호스’로 관심을 모았던 김부겸 전 의원마저 불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이인영 의원과 조경태 의원, 박주선 의원 등도 당권도전을 선언하기는 했다. 그 외에 추미애 의원 등도 당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후보’일 뿐이다. 실제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점치는 언론은 없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을 ‘빅2’로 분류하면서 ‘양강구도’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새정치연합이 피해야할 ‘최악의 구도’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제1야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싫든 좋든 '김대중-노무현'을 패키지로 묶어서 득표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그리고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8 전당대회가 끝나면, 그런 패키지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문재인 의원과 박지원 의원의 대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리전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영남권 출신이고, 박 의원은 DJ와 같은 호남 출신이다.

각 언론이 이번 전당대회를 ‘친노-비노 대결’이니, ‘영남-호남 대결’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무현 추종세력과 김대중 추종세력이 맞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대 이후 어느 쪽이 승리를 하든지 한 지붕 아래에서 계속 같이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딴 살림을 차렸던 것처럼 새정치연합이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의원의 대권욕과 박지원 의원의 당권욕이 야당분열의 단초가 되는 셈이다. 그러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 도토리 키 재기겠으나, 아무래도 당내에서 제기된 ‘빅3’ 불출마요구를 무시한 박 의원의 책임이 더 클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당내에서는 무려 30여명의 의원들이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등 이른바 ‘빅3’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집단서명을 했다.

서명은 30명이었지만 뜻을 같이하는 의원 규모는 80~1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들의 뜻을 수용해 출마의사를 접었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은 ‘무조건 출마’를 고집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권을 꿈꾸는 문 의원도 불가피하게 출마를 선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대 이후 함께 할 수 없는 두 세력이 정면충돌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연합의 분열은 시간문제일 뿐, 예고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29일 한 방송에서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효과가 아니라 반대로 역(逆)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전대 이후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지금보다도 더욱 덜어질 것이란 뜻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0%대로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떨어진다면 그 당은 희망이 없다. 희망이 없는 당이라면 새로운 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동영 상임고문은 “야당이 이 정권을 대체할 세력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제3 신당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지난 2년 동안 축척된 실망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고문이 합류하려는 ‘국민모임’은 대안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눈엔 그저 ‘통합진보당’의 대체세력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제3당의 깃발을 치켜들게 될까?

우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 강경파가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박지원 의원처럼 호남지역에 기댄 지역색 짙은 정치인도 아니어야 한다. 과연 그런 인물이 있을까? 있다면 누굴까?

아무래도 그는 노웅래 의원을 비롯한 서명파 의원들의 심중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얼핏 연상되는 사람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고문과 안철수, 김한길 전 공동대표, 그리고 이번에 서명파의 추대를 받았으나 고사한 김부겸 전 의원 등이다. 어쩌면 전대 이후 그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정당의 깃발을 올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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