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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의 갈등은 여야 갈등보다도 되레 당내 계파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한 것 같다.
새누리당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놓고 계파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2.8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노-비박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 친이계와 새정치연합 친노계가 동맹을 맺고, 친박계와 비노계가 연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 정치권의 핫이슈와 관련해 친이계와 친노계의 목소리가 쌍둥이처럼 너무나 닮았다. 그에 맞선 친박계와 비노계 목소리 역시 엇비슷하다.
우선 ‘개헌론’이 그렇다. 친이계와 친노계는 한목소리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친박계와 비노계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7일 “정치개헌이 제일 핵심인데 개헌문제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가시적 성과가 없다”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자는 것은 일반적인 국회의원들의 요구로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노계가 장악하고 있는 새정치연합도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등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문제를 개헌론 확산의 불씨로 삼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모임에 공동대표로 참여해 논의를 끌어가고 있으며, 친노계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이 연말 개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여당 내에서 그 많던 개헌논의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쏙 들어가면 의회주의가 사라지게 된다”며 “개헌특위를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매듭짓겠다”고 개헌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맞서 친박계와 비노계가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지금은 정치보다 민생이나 경제가 문제"라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비노계 조경태 의원 역시 "국민은 아직도 국회의원에게 '너나 잘해'라고 비판하는데, 내각제로 가자는 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이런 모습은 ‘청와대 인적쇄신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제 친이계와 친노계는 7일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서관 등에 대해 인사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이재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 열린 최고중진회에 참석 "연말에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으면 최소한 정치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든지 비서관이라든지 비선실세로 알려진 사람이 책임지든지 말끔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친이계 정병국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내에서 책임지고 인적쇄신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친노계가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중간수사 발표가 있었다. 여파가 가라앉기는커녕 전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가 책임지지 않으면 끝내 대통령이 책임지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성수 대변인은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권력 암투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책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문종 의원은 친이계가 공론화하는 청와대 문책 쇄신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검찰이 확실하고 분명하게 매듭을 지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또 조경태 의원은 청와대를 공격하는 문희상 위원장이 처남의 취업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에게 청탁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빠른 시일 내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되레 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은 헷갈린다.
이재오 정병국 의원 등 친이계가 새정치연합 소속이고, 조경태 의원과 같은 비노계가 새누리당 소속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정치연합 전대 이후 ‘제 3지대 신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렇다면 차제에 ‘친노+친이’와 ‘친박+비노’가 헤쳐모이는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건 어떨까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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