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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철수 신드롬’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국민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최근 신당 탄생 가능성을 묻는 지인에게 필자는 이같이 선문답 형식으로 답변한 일이 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철수 신드롬’과 ‘안철수 현상’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한마디로 ‘신드롬’은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기대와 환호이고, ‘현상’은 안 의원이 추진하던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갈망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바닥수준이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작년 12월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 의원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그의 지지율은 6.4%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18.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6.2%),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2.2%)는 물론 홍준표 경남지사(7.4%)나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7.1%)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사실상 국민이 안철수 의원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옛 민주당과 합당한 안 의원을 향해 “호랑이를 잡겠다고 큰소리치며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뼈도 못 추리고, 지금은 앙상한 모습밖에 남지 않았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떠돌아다닐 정도다.
그러면 국민은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던 새로운 정당에 대한 기대까지 모두 접어 버린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금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늘 제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제3의 정당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휴먼리서치가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39.6%, 새정치연합 21.1%, 국민모임 18.7%로 나타났다.
국민모임이라는 당은 아직 창당도 안 된 상태다. 따라서 국민이 그 정당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제 1야당인 새정치연합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것은 안철수 의원이 실패한 ‘신당’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비록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은 폭락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정치세력의 탄생을 기대하는 ‘안철수 현상’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여전히 새정치연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안 의원의 측근인 정연정 배제대 교수는 9일 한 방송에 출연, “안 의원 마음속에는 (새정치연합) 창당 주체라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 의원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안 의원이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했을 당시부터 안 전 의원을 도왔던 강동호 뉴딜정치연구소장(전 안철수 캠프 지역협력팀장), 강연재 변호사(전 새정치연합 부대변인), 오창훈 변호사(전 안철수 캠프 민원팀장), 정연정 배재대 교수(전 안철수 캠프 정치혁신위원)이 최근 대담집 ‘안철수는 왜?’를 출간했다.
그 책 내용을 보면, 옛 민주당계 사람들은 안 의원을 ‘창당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합당 후 친노 성향의 모 의원은 안 의원을 향해 “자기가 진짜 당 대표인줄 착각 한다”고 비아냥거렸고, 모 전남도당위원장은 최고위원회회의에서 당시 공동 대표를 맡고 있던 안 의원 면전에서 대놓고 “우리당 대권주자가 당신밖에 없는 줄 아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모 의원은 “안철수가 우리당에 와서 한 게 뭐있어. 지금 지분을 주장하겠다는 거야?”라며 막말을 했고, 정청래 의원 같은 경우는 아예 대놓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안 의원은 스스로 ‘창당 주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옛 민주당 사람들은 그를 ‘굴러온 돌’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의원이나 박지원 의원이 당명개정을 운운하는 것도 어쩌면 그런 속내를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안 의원은 어찌해야 하는가. 서서히 신당 재창당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사라진 상태에서 ‘나 홀로 신당’은 안 된다. 신당을 함께할 건전한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문재인 의원이 최근 “통합의 지표”라며 추켜세운 손학규 상임고문을 삼고 초려해야 한다. 설득이 쉽지 않겠지만 신당 재창당의 첫 단추가 손 고문을 모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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