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문재인 후보가 당권, 대권 다 차지한다면 전북 출신 정세균 고문, 김두관 김부겸 박영선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조경태 천정배 이런 분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인 박지원 의원이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 의원이 정세균 고문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그 지역이 정 고문의 지지기반인 ‘전북’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천정배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 모두가 ‘중도성향’이라는 점이다. 굳이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이 아니더라도 새정치연합 내에선 조만간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국민모임’이 신당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제1야당’이라는 프리미엄에 안주하던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일각에선 국민모임이 ‘안철수 신당’처럼 창당과정에서 제1야당에 흡수되거나 아니면 ‘창조한국당’처럼 선거를 치른 뒤 소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은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등장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모임이 정의당이나 노동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을 통합하고, 나아가 새정치연합에서 이탈한 진보성향의 정치인들까지 가세한다면 그 존재는 제1야당에게 있어서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통합에 적극적이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국민모임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 창당과 관련해 "깊은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고,
천호선 대표도 "진보의 힘을 모으는 것이 정의당에 주어진 사명"이라며 "더 큰 진보정치를 바라는 분 모두를 적극적으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당대표 경선이 진행 중인 노동당에서는 1차 투표결과, 진보대결집을 주장하는 ‘통합파 후보’가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사수파 후보’와 선(先) 역량강화 후(後) 통합을 주장하는 ‘자강파 후보’를 제치고 40.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오는 30일 결선투표 결과를 지켜봐야하겠으나, 이런 추세라면 통합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동영 전 장관 등 새정치연합 탈당파들까지 가세하면 거대한 세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새정치연합은 국민모임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려 들 것이고, 그러면 그럴수록 중도 성향의 인사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그런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도 성향 의원그룹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이 지난 26일 정기모임에서 당 대표로 누구를 지지할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노를 대표하는 문재인 후보의 당 대표 '무혈입성'을 결코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안으로 내세울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했다간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까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내년 총선까지 노심초사하면 기다렸다가 공천에서 배제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다.
그 이전에 어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지금 중도세력의 당내 핵심인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이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물론 안 전 대표가 지난 26일 부산을 방문해 당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비판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실제 그는 "전당대회로 당이 오히려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출마하신 세 분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당권 주자 3명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으나 언론의 별다른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김 전 대표와 힘을 모아 소리를 내야 한다. 국민모임이 진보통합에 성공하고, 새정치연합 친노 강경파가 당권을 잡은 후에 중도가 결집하더라도 이미 때가 늦을지도 모른다. 정치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그 타이밍이라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