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믿거나 말거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1-29 16: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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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쓴 회고록이 지난해 9월 출간됐다고 한다.

회고록에는 6년간 올랑드와 동거하면서 사실상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한 트리에르바일레가 올랑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프랑스 국민들은 작가의 의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올랑드에게 복수하고자 쓴 회고록 ‘이 순간에 감사해요(Merci pour ce moment)’가 프랑스에서만 73만부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로 인해 트리에르바일레가 돈방석에 앉았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아직도 현지 서점가에서는 판매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고, 곧 영국과 미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될 예정이어서 그의 인세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리에르바일레의 친구이자 프랑스 영화 제작자인 사이다 자와드가 회고록의 영화화 판권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국민의 냉대를 받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다음달 2일 그런 회고록이 출간된다고 한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의 일화들이 담긴 회고록을 발간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음달 2일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출간되는 회고록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아주 냉담하다. 트리에르바일레의 회고록을 프랑스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책은 만만치 않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 같다. 단순히 이 전 대통령의 늘어놓을 궤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4대강사업에 대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선진국이 하천을 통한 경제발전과 국민 복지를 위해 수백년동안 해왔던 일들을 우리가 최신 기술로 최단시간에 완수한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했다.

그는 또 "모로코, 파라과이, 페루, 알제리 등 많은 국가들이 4대강 현장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고 우리 정부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내가 독일의 RMD 운하를 부러워했던 것처럼 우리의 4대강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된 것"이라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현존하는 자연재해와 다가오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 없이 선동성 주장을 일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되레 공세를 취했다.

이른바 자원외교 문제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14년 12월 현재 야당은 우리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실적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다. 자원 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식의 변명으로 일관하는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아마도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4대강사업을 추진할 당시 필자는 아무리 그것이 좋은 사업이라 할지라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었다. 4대강 가운데 어느 하나의 강을 선택해 사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 등을 찾아내고, 그 문제들을 해소할 수 대책을 수립한 이후에 4대강 전체로 사업을 확대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시 많은 국민의 생각도 그러했다. 그런데도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조언들을 듣지 않았다. 그 결과 4대강에서는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자원외교라도 것도 그렇다.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데 대해선 필자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자원외교를 하면서 그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그로인해 여러 곳에서 엉터리 같은 투자가 이뤄졌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망정 궤변을 늘어놓는 게 과연 올바른 모습인지 묻고 싶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쓴 회고록은 비록 프랑스 국민들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돈을 벌어주는 좋은 수단이 됐다. 어쩌면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도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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