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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의리를 강조하는 파렴치한 어느 기업인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다. 그 논란의 중심에 이완구 국무총리가 서 있다.
이 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총리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22일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지난 2012년 7월 당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문과 관련해 발의된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이후 약 3년만에 다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제출되는 것이다.
이는 제헌국회 이후 역대 9번째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기도 하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의석 수는 130석으로 해임건의안 단독 제출이 가능하다. 해임건의안 발의에는 국회 재적의원(294명) 3분의 1인 98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더라도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가결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임건의안 가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148명) 찬성이 필요한데 새정치연합 의석은 고작 130석에 불과한 탓이다.
그나마 구속 수감 중인 김재윤 새정치연합 의원을 제외하면 새정치연합에서 본회의 참석 가능 인원은 최대 129명이다. 여기에 정의당 5석을 합하더라도 134석에 그친다.
따라서 새누리당이나 무소속에서 적어도 14석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해야만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역대 제출된 8건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은 한 건도 없다.
실제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 시작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퇴장함에 따라 투표 참여 인원이 과반에 미치지 못해 표결이 성립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모임 '아침소리'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20일 박근혜 대통령 귀국 전 이 총리 자진사퇴를 요구한 뒤 사퇴를 안하면 해임건의안에 찬성하겠다며 압박했다.
공교롭게도 아침소리 회원이 14명이다. 따라서 해임건의안이 발의될 경우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이 총리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이 총리가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회가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은 상당한 정치적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박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총리가 스스로 자진사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한 데에는 이 총리의 잘못된 처신이 한 몫을 했다.
성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던 이 총리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지난 1년간 200번 넘게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착발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1년 동안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건 건 153건, 그리고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전화한 횟수는 64건으로 두 사람이 1년간 무려 217차례나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착발신이 모두 실제 통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그동안 성 전 회장과 최대한 거리를 두려던 이 총리의 태도를 흔드는 정황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총리는 최근에도 2013년 선거 캠프 직원들을 상대로 본인이 성 전 회장과 독대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보도돼 고역을 치른바 있다.
따라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도덕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 자리를 지키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스스로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이 총리는 해임건의안이 발의되기 이전에 자진사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병원 퇴원 이후 첫 칼럼이 이렇게 무거운 글이라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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