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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국 전략기획실장 |
'야당의 철옹성'이라 불리던 관악을에서 7천표를 넘게 진 것은 '분열 세력' 정동영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참사다. '야당의 심장부' 광주의 시민들은 또 다른 '분열 세력' 천정배에게 압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승패의 원인을 한 두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한 사실이다. 여당과 차별화 되는 콘텐츠 없이 '심판론'에 의지하며 단기적인 바람몰이로 선거판을 돌파해온 야당의 습성이 화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 문재인 대표는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면서 '박근혜와 전면전'을 선포하는 모순된 행보로 지지층을 헷갈리게 했다. '천안함은 폭침'이라 규정하고 안보논리에 편승한 것은 보수층 눈에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비쳐쳤다.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은 좋았으나 그마저도 알맹이 없는 구호에 그치는가 하면, 성완종 사건이 터지자 '국민의 지갑'은 내팽개치고 예의 '정권심판론'으로 돌아가 버렸다.
터닝포인트는 이완구 총리의 전격적인 사퇴였다. 공격 대상이 사라지자 야당은 길을 잃은채 우왕좌왕했다. 그사이 기력을 회복한 여당은 '지역을 살리자'는 일꾼론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파고들었고, 광주의 시민들은 '지리멸렬한 야권을 재편하자'는 '분열세력'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3년전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난해 7.30 재보선까지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도무지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바로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고 싶어도 지기 힘든 선거를 잘도 지는 야당, 반성과 혁신은 입으로만 하는 야당, 도무지 여당과 무엇이 다른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야당, 국민들은 먹고 살 방법을 말하라는데 박근혜탓만 하는 야당은 이제 지겹다는 것이 바로 야당을 향한 민심의 요체다.
야당의 27년 철옹성 관악을에 깃발을 꽂는 데 마침내 성공한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 내내 '지난 27년간 야당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고 유권자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질문은 실상 국민들이 60년 전통의 제1야당 새정치연합에게 지난 수년 동안 반복했던 질문이었다.
4.29 재보선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 해프닝은 관악을의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여론조작'을 의심 받는 한 선거컨설팅 회사의 여론조사결과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철거 당한 사건이었다.
이제라도 야당이 국민들에게 존재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아마도 내년 총선에선 현수막이 아니라 당 간판을 내려할지도 모르겠다. 4.29 재보선 결과는 국민이 야당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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