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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무려 9명 가량이 국회역할수행에 대해 “엉망”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엉망’이라는 뜻이 뭔가. 국어사전을 보면 3가지 상태를 의미하고 있다.
첫째, 일이나 사물이 헝클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거나 어수선한 상태, 둘째 말이 아닐 정도로 수준이 뒤떨어져 한심한 상태, 셋째 술 따위에 흠뻑 취하여 제정신을 잃은 상태다.
우리나라 국민들 거의 대다수가 현재의 국회를 이런 상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우리 국회는 말이 아닐 정도로 수준이 뒤떨어져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는 게 국민의 생각이다.
실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를 실시한 결과, ‘국회가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88%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49명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 한심한 국회가 반성하기는커녕 이제는 노골적으로 입법독재까지 꿈꾸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여야의 원내지도부가 국회에 행정입법 수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죽하면 ‘무능 19대 국회’가 '입법부 독재국가'로 진입하는 서막을 열었다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겠는가.
개헌론자들이 대통령 1인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것을 빗대어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개헌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말은 이미 옛말이다. 되레 ‘제왕적 입법부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보자. 이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일정부분 견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인사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고, 국회가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켜 인사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등 횡포 아닌 횡포를 부리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행정부의 권한인 시행령까지도 국회에서 좌지우지하겠다고 한다.
특히 야당은 앞으로 법률과의 상충 소지가 있는 정부 시행령을 손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상임위별로 문제되는 행정입법이 있는지 검토를 시작했다”며 “법률이 위임한 권한을 넘어선 시행령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빤하다.
정부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을 제·개정할 때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개인 민원을 연계시키려 활 것 아니겠는가. 또 국회에서도 상임위원회 간에 수정지시가 충돌하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될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이는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뭐 하나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는 무능한 19대 국회가 입법독재까지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정부에 이송될 경우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공무원연금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는데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국민의 생각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입법독재’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 든다면,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고하거니와 지금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 무능한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국회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입법독재’를 획책한다면, 그 분노가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입법독재’의 꿈을 내려놓고, 제발 국회의정활동이나 충실하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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