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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진 |
올 12월, 은행권을 시작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직접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인데, 이는 1993년 전격 도입된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 등 날로 늘어나는 금융사기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비대면 실명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1. 신분증 사본 제시, 2. 영상통화, 3. 현금카드 전달시 신분 확인, 4. 기존 계좌 이용 등 4가지 방식 가운데 2가지를 의무적으로 선택하고 다른 방식을 추가 선택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2개의 실명확인 방법을 중복해서 시행하도록 했지만 그동안 신분증으로 실명확인을 해온 관행상 실명 확인은 ‘신분증 사본 전송+@’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분증 사본이 진짜 해당 고객의 신분증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냐는 점인데, 금융사기범이 훔치거나 분실된 신분증을 습득한 뒤 원래 주인이 재발급을 신청하기 전에 사진을 바꾸어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고 이를 은행에 보내 통장 개설을 시도하면 현재 시스템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고 영상 통화로 본인 확인을 하는 방식은 대면상으로 신분증 사진과 현재 얼굴을 비교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마당에 이것이 영상 통화로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든다. 이밖에 현금카드 전달시 신분 확인도 택배회사 직원에게 신분확인 책임을 부여하게 되므로 이는 너무 비현실적이다.
또한 현재도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금융사기범들이 타 금융사에서 이미 개설된 계좌를 근거로 복수의 계좌를 개설하게 될 수 있고 이렇게 양산된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 신종 금융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에는 통장 명의자가 금융사기범과 직접 은행 창구를 방문하여 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판매하는 수법도 발생했다고 하는데, 시중 은행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통장 개설 내용을 동행인과 상의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고객들에 대해서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기존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비대면 통장 거래가 허용될 경우에는 이와 같은 대응도 불가능해진다.
이렇듯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에 있어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마련이 되지 않는다면 각종 사기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을 척결하기 위한 경찰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시행 전 금융위와 은행 등 유관기관에서 철저한 대책과 빈틈없는 시행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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