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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신당은 상수로, 혁신위가 어떻게 하더라도 신당은 나올 수밖에 없다. 내가 호남 사람이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안 찍는다. 돈 대주고 힘 되어주는데 의사결정에서 소외된다고 여긴다면 찍을 이유가 없다.”
이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임명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언이다.
조 교수는 지난 14일 김상곤 혁신위원장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식사를 같이했고, 그 자리에서 "신당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신당의 규모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조 교수의 이런 발언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분당 탈당 목소리에는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실망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본인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하는 얘기도 있다"며 "야권의 통합과 확대·재구성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혁신이 되면 신당으로 안 갈 수도 있다"고 말한 직후에 보충 설명하듯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일단 조 교수의 지적처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은 이제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로 굳혀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빅지원 의원도 지난 13일 CBS라디오에 출연, “신당은 상수”라며 "혁신위가 성공하면 굉장히 작은 신당이 창당될 것이고, 실패하면 상당히 큰 분당사태가 오지 않을까 염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혁신위원회가) 실패하면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조 교수와 박 의원의 발언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일단 조국 교수와 박지원 의원 모두 ‘신당은 상수’라는 데 대해선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의 규모를 결정짓는 요인이 혁신위의 ‘혁신안’에 있다는 데 대해선 양측의 견해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조 교수는 신당과 혁신안은 사실상 완전 별개라는 입장인 반면, 박 의원은 혁신안 내용에 따라 신당규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조 교수의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전에 먼저 박 의원의 발언의 의미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실제 새정치연합 전남도당과 전북도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남과 전북 22곳의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야권 신당’보다 높은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혁신안에 호남 지역 국회의원을 조금이라도 홀대하는 내용이 담겼다가는 큰일 난다는 일종의 엄포와 같은 거다. 박 의원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혁신’을 후퇴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호남을 ‘우대’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반면 조국 교수는 어차피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을 찍지 않을 것인데, 그렇다면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 눈치 볼 것 없이 호남 대폭 물갈이가 가능한 혁신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규모가 작은 호남지역 신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대신 새정치연합이 다른 지역에서 지지를 받는 규모가 더욱 커지는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과연 조국 교수의 예측대로 될지 아니면 박지원 의원의 전망이 맞아 떨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만일 필자에게 묻는다면, 둘 다 모두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선 새정치연합 혁신안 내용과 신당의 규모가 별개라는 점에 대해선 조국 교수의 견해가 비교적 현실적이다.
왜냐하면 조국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혁신안은 필연적으로 호남 40% 물갈이 내용이 담길 수밖에 없고, 그 내용에 상관없이 이미 ‘호남신당’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신당은 지역 정당의 한계로 인해 ‘호남의 자민련’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박 의원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호남 이외의 지역, 그러니까 영남의 조경태 의원이나 수도권의 김영환 의원 등 다른 비노계의 합류가 없는 한 큰 규모의 신당은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 교수가 생각하듯 ‘호남 학살’공천을 해도 혁신안에 ‘혁신’만 들어가면 새정치연합이 전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혁신안은 예전에도 숱하게 있어왔고, 특히 친노패권 주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정치연합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솔직히 필자도 잘 모르겠다. 앞이 너무나도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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