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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지난달 클린정치운동본부가 발표한 전국 남녀 대학생 10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정치 의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4%가 '없다'고 답했다.
또 작년에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26년을 맞아 실시한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는 85.3%가 '정치인'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정치인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라성(?) 같은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단 한명도 ‘신뢰하지 못 한다’는 국민이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라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체 왜, 국회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인들의 ‘말장난’도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휴대폰 여론조사제’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해 국민을 기만한 것도 정치인이다. 처음에는 뭘 모르고 찬성했던 국민들도 그 실체를 알게 된 지금은 상당수 반대로 돌아섰을 것이다.
그나마 그냥 돌아선다면 다행일 것이다. 어쩌면 말장난으로 자신을 기만한 정치인들을 향해 “또 속았다”며 더욱 불신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불신의 벽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 나아가 투표 포기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누리당에서 ‘우선추천제’를 놓고 또 말장난을 하고 있다.
자신이 당대표로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못 박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일 '우선추천'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우선추천지역' 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제도는 지난해 당헌·당규 개정 때 없어졌다. 그 대신 특별한 경우에 적용하는 '우선추천지역' 제도가 신설됐다. 전략공천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은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새누리당 당헌 103조에 보면 우선추천지역 관련 규정이 있다. 103조 1항에 따르면 각종 선거에서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 2항은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는 지역을 규정하고 있다. 2항에 따르면 '우선추천지역'은 ①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한 지역 ②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선정된 지역을 말한다.
사실상 전략공천이 필요한 지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략공천’이라는 용어 대신 ‘우선추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그 내용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용어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나경원 의원의 “주어가 없다”는 과거의 발언을 연상케 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또 있다. 우선 김무성 대표 측은 서울 강남 3구와 경북.대구지역 등은 ‘우선추천지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북과 광주 등 호남권만 우선추천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물론 호남권은 103조 2항 ②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규정의 전부는 아니다. 2항 ②번보다 더 중요한 2항 ①번의 규정이 있다. 그 규정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한 지역을 우선추천지역으로 하게 돼 있다.
청년이라든가, 정치신인,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들이 출마해서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당연히 새누리당 강세지역이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는 물론 대구, 경북, 나아가 영남권 전체를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규정을 따를 때 ②번보다는 ①번 비중이 더 높다 건 상식이다. 즉 경쟁력이 낮은 호남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②번 규정보다 정치적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강남권과 영남권 등을 대상으로 하는 ①번 규정을 먼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선추천지역 1순위는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이고, 2순위가 호남권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식을 가지고 더 이상 말장난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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