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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선거구획정에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여야 간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구 획정위의 획정안 제출 시한을 하루 앞둔 12일 정 의장은 국회에서 여야 양당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및 여야 간사와 함께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전체 의원 정수 30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 비율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실제 정 의장은 "국회법이든 헌법이든 정해진 법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의장으로서 헌법에서 말하는 200명 이상이 300명 이상까지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를 하고 있다"며 의원정수 확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전체 의원정수 300인에 대해서는 불변“이라고 못 박았다.
의원 정수 1% 증가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으나, 국민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왜 선거구획정논의가 이토록 지지부진한 것일까?
우선 지역구와 비례의석수 비율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새누리당은 가급적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그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도 변명에 불과하다. 그냥 원칙대로 하면 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대로 지역구 의원 수는 246석, 비례대표는 54석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는 일이다. 지역구를 늘이느냐 줄이느냐, 비례대표를 확대하느냐 축소하느냐를 놓고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
또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으로 수도권에서 9석 안팎이 늘고 농어촌이 9석 안팎이 줄게 되는 데, 이 역시 정치적 고려 없이 그대로 따르면 된다.
선거구획정위의 246석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영남은 -3석(경북 -2석, 경남 -1석), 호남은 -5석(전북 -2석, 광주 -1석, 전남 -2석), 강원 1곳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남과 호남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한 석이라도 덜 줄도록 하려고 선거구획정위 논의 단계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싸움 여파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내심 한 석 증가를 기대했던 충청권 의석이 되레 한 석 줄어들지도 모르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강원권도 한 석이 아니라 두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소문으로 지역 정가가 뒤숭숭하다.
이래선 안 된다. 선거구획정은 ‘제 밥 그릇 챙기기’로 가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고려 없이 원칙대로 하면 된다. 즉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2대 1 조정' 결정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다.
현재 인구 하한 기준은 13만9380명이고, 상한 기준은 27만8760명이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지역구 의석수는 244석이 된다. 현행 보다 2석이 줄게 되는 것이다. 여야 합의에 의해 지역구를 2석 줄이고 비례대표를 2석 늘인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지역구를 246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공직선거법 제25조1항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즉 현재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서울 중구에 인접 지역인 용산구의 일부를 떼내어 붙여 인구하한선을 넘도록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역구를 246석으로 할 경우, 공직선거법상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예외지역을 만들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의 경우, 선거법 부칙을 통해 △부산 북·강서을 △부산 해운대·기장을 △인천 서·강화을 △경북 포항남·울릉 등 4곳은 분할금지의 예외지역으로 허용했던 사례가 있다.
문제는 수도권의 분구 억제를 위해선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 지역을 확대하는 등 게리멘더링(특정후보·특정정당에 유리한 선거구 획정)의 소지가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가급적 이런 예외지역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칙을 100% 지키지 못하더라도 원칙에 최대한 가깝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칙이 흔들릴 경우 기형적인 선거구가 늘어나고, 그 결과는 전국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모두 엉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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