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교과서연대’는 ‘총선연대’수순 밟기?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10-20 12: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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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신당창당파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손을 맞잡았다. 지난 19일 이들 3인방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총선연대’는 아니다. 이들 3인방이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교과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총선연대’를 염두에 둔 수순 밟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줄곧 ‘총선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이른바 ‘종북’논란 끝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해산된 통합민주당과 총선연대를 했다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낡은 진보’청산을 주장하면서, 특히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대선 때 통진당 후보와의 연대는 얻은 표의 몇 배에 해당하는 표를 잃어버린 큰 실책이었다”며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온정적이고 무비판적인 입장은 안보의식에 의구심을 불러 왔다”고 지적했다.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의 경우는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총선연대’는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천 의원은 지난 달 20일 신당선언 기자회견에서 "힘을 합치자"고 제안해온 문재인 대표에 대해 “미안한 얘기지만 새정치연합에는 미래가 없다”며 "뭐랄까 '너나 잘해라' 이런 말이 생각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미래가 없는 새정치연합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기에는 ‘총선연대’반대의사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심상정 대표 역시 “문재인 대표의 통합론도, 천정배 의원의 신당론도 모두 이율배반적이고 구태의연하다”면서 “국민들은 선거용 정당에 신물난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따라서 이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총선연대’를 하겠다고 선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정치가 뻔뻔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그 정도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총선연대를 안할 수도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100석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고, 천정배 신당은 호남에서조차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유일한 진보정당임에도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을 치렀다가는 새정치연합은 물론 야권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묘책이 ‘교과서연대’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과서연대’는 ‘총선연대’로 나아가기 위한 명분 쌓기나 수순 밟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실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문재인·심상정·천정배 3자 연석회의가 내년 20대 총선 야권연대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 전 대표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 야권연대의)충분히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집권 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야권이 단결해야 된다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총선에서 안정적인 원내 의석을 확보하는 총선 승리가 전제돼야 한다”며 “총선 승리 없이 대선 승리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총선을 이기기 위한 야권연대가 훨씬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반드시 총선연대는 이뤄져야 하고, 교과서연대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교과서연대를 고리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총선연대를 추진하고 무소속 천정배의원은 신당창당 추진 대신 새정치연합에 복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석회의가 내년 총선에서의 야권 연대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야권이 당장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란 큰 틀에서는 합의했지만, 선거제도 개편 등 각론(各論)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야권연대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선거를 앞둔 ‘야권 야합’이란 비판을 것을 빤히 알면서도 총선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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