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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채연 |
학교폭력문제는 최근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와 닿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청소년이 자살한 경우를 연이어 몇 차례 접하면서 사회적 충격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범정부적인 대책이 나오고 시행된 지 수년이 흐르고 있지만, 충격 앞에서 그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경찰의 학교폭력 사건의 개입에 교육계 일부에서 교육적 해결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교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처럼 학교폭력이 심한 상황에서 경찰의 학교폭력 개입은 불가피하다.
불량서클 수준을 넘어 성인 조직폭력단을 닮은 과거 일진회처럼 조직범죄는 경찰이 담당해야 하지만 조직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은 학교에서 해결하도록 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찰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도 사실이다. 학교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있지만 학교장과 교사가 학교폭력을 쉬쉬했기 때문에 드러난 사건이 적었고, 학생과 학부모도 자치위원회를 불신했다. 학교를 불신하다보니 학교폭력 피해자는 사건을 바로 경찰로 가져가면서 학교와 교사를 고발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학교폭력을 방관한 교사를 소환조사하겠다는 것은 경찰이 지나쳤다고 본다. 학교와 경찰은 학교폭력 해결의 동반자여야지, 서로 불신하는 관계여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선학교에서는 학교폭력과 인성교육에 대한 교사 책임이 강화되면서 담임포기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경찰까지 교사를 압박하면 교사의 입지가 위축되고 학교불신은 더 심해진다.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가해자 강제전학과 왕따 행위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 피해자에 대한 치료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진 만큼 학교도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경찰은 학교와 교사가 처리할 수 없는 사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건은 학교가 맡고, 어떤 사건은 경찰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이 정해지기는 힘들다. 하나하나의 개별 사건에 대해 경찰과 학교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일선 경찰의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한 대목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경험이 많은 경찰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폭력 대응에도 피해자 중심의 서비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영이 사건 등 일련의 아동성폭력 사건을 거치면서 성폭력원스톱지원체계가 정착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도 상담 치료 대안교육 법률지원 등이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렇게 학교폭력 원스톱지원체계가 확립되면 매뉴얼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므로 시간낭비와 행정비용을 줄일수 있고 경찰과 학교의 불필요한 갈등도 없앨 수 있다. 대구 자살 중학생을 계기로 대구시교육청에 도입된 학교폭력원스톱지원센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다른 모든 분야도 그렇지만 학교폭력 문제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책이 아니라 실행이다. 사회는 학교폭력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하며 경찰도 하나하나의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론이 식었다고 경찰이 슬그머니 손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은 학부모 학교 게임업체 대중매체 등 사회 모두의 책임인 만큼 경찰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학교폭력 단속으로 경찰 업무가 급증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다른 것도 아닌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내 가족, 내 자녀를 지킨다는 남다른 사명감으로 지속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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