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총재, “돈 찍어 구조조정 자금 대는 건 양적완화 아니야”

전용혁 기자 / dra@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05-02 11: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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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업 몇 개 부실기업 정리하는데 필요한 자금 대라는 것”

[시민일보=전용혁 기자]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시급한 현안이 된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 재원 마련 방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돈 찍어서 구조조정 자금 대는 건 양적완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전 총재는 2일 오전 SBS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건 금리는 손대지 말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서 부실기업 정리자금을 대라는 것인데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양적완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적완화라고 하는 건 시중에 돈을 풀 목적으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것”이라며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 모두 하는 그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한 것인데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시중에 돈을 푸는 목적이 아니고 조선하고해운업 몇 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금고지기인데 이 금고 열쇠를 5년마다 바뀌는 정부 권력이 가지고 있으면 여러 가지 남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독립시켜서 중앙은행이 그 열쇠를 가지도록 한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금고지기가 가지는 열쇠를 사용할 때는 어떤 준칙이 있다. 국가 전체 사호의 보편적 목적을 위해 금고 열쇠를 써야지, 어떤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해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천재지변이 있거나 이런 긴급 상황 같으면 예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조선이나 해운의 부실이 보편적 목적이냐 라고 할 때 기본적으로 이것은 특정산업에 대한 지원인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이렇게 다루기 시작하면 앞으로 철강산업, 건설산업 등 어려우면 거기다도 돈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 자금 마련 방안과 관련, “여야 협조를 통해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정부가 한국은행 돈은 쉽게 쓸 수 있으니까 편법으로 이렇게 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떳떳한 일이니까 꼭 필요한 일이니까 국회를 통해 정공법으로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국회를 안 거치려고 하다 보니 이런 논의가 생기는 것이지, 국회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며 “이런 절차와 원칙은 지키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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