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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정계복귀가 임박했다.
물론 각 언론이 예상하는 것처럼 당장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기인 7월에 맞추느라 서둘러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선거까지는 1년 반이라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다가 정계복귀 시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아직은 더 검토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가 정계에 복귀할 것이란 점은 이제 분명해진 것 같다.
재야 원로들의 정계복귀 요청에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야원로들은 여러 차례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요청해 왔다. 전남 강진에 있는 백련사 인근의 움막집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도 수차례 밝혔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손 전 대표는 손사래 치며 만남을 고사했고, 재야인사들의 애간장을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그게 미안했든지 손 전 대표는 결국 지난 12일 광주에서 열린 지인 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그곳을 찾은 재야인사 15명과 결혼식 근처 식당에서 2시간가량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홍길 5,18기념재단 전 이사장, 김준태 조선대 교수, 안성례 전 오월어린이집 관장, '사단법인 윤상원 기념사업회' 김상윤 이사장, 문상기 '시민의소리' 대표이사, '광주전남 민주화운동 동지회' 원순석 상임대표 등 소위 ‘내로라’하는 광주지역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손 전 대표에게 "나라가 어려운 데 강진에 계속 있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큰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고 정계복귀를 요청했다.
결국 손 전 대표는 "나라가 분열되고 경제와 민생이 도탄에 빠졌으며,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에 놓여있고 청년 실업 등에 대한 걱정도 크다"며 "2년 가까이 강진에 칩거하고 있지만 늘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원로들의 곡진한 당부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신중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손 전 대표가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했다면, 그것은 이미 마음의 결정이 내려졌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그가 정계복귀를 위해 어느 정당을 선택하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같은 야당은 물론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그를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대선주자로서 ‘상품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3선 중진 의원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울산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서 당선된 김기현 시장은 “이러다간 자칫 정권을 (야권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 있다”며 “이럴 땐 ‘손학규’같은 사람을 새누리당에 입당시켜 다른 대선후보들과 경쟁을 펼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비대위가 구성되기 이전엔 김성태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손학규 전 대표도 모실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낸 일도 있었다.
그러자 당시 더민주 안민석 의원이 “과음하셨느냐”며 발끈했었다. 손 전 대표는 더민주의 최고 어른, 즉 더민주가 모시는 더민주 사람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손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에 주춧돌을 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그가 국회에 제출한 '칼퇴근법'은 손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는 탓이다.
국민의당 러브콜은 더욱 요란하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대표는 “합리적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로, 양극단을 제외한 분들은 다 모여야 한다”며 손 전 대표 영입의사를 피력한 바 있으며, 이상돈 최고위원도 ”손학규 같은 분이 우리 당을 도와주면 힘이 된다"고 가세했다.
심지어 박지원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의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내어주는 수모를 당했고, 더민주는 야당 전통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으며, 국민의당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선 전멸하다시피 했다. 여야 3당 모두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정계복귀할 경우, ‘제 3의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새누리당 안팎의 친박 패권주의 반대세력과 더민주 내부의 친노패권주의 반대세력을 먼저 끌어안은 후 ‘호남자민련’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국민의당까지 모두 흡수하는 ‘제3의길’이라면 충분히 ‘반기문 대망론’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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