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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는 수치가 나왔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47.7%이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45.7%다. 두 사람 간 격차는 고작 2%포인트에 불과하다. 대체 이게 무슨 수치일까?
손 전 대표와 반 사무총장의 대선출마를 반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다.
최근 손학규 전 대표가 ‘새판짜기’를 언급하는 등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고, 반기문 총장은 방한 일정을 통해 대선출마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이 1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7.7%가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반대했다. 찬성은 22.6%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9.8%였다.
이 조사는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6월 12일부터 13일 이틀 간 전국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3.8%고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다.
그러면 반 총장의 대선출마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반대(45.7%) 의견이 찬성(44.3%)의견보다 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는 <한국일보>가 창간 62주년을 맞아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6월 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번호걸기(RDD)에 의한 유ㆍ무선 전화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전체 응답률은 10.4%이다.
당시 조사에서 여권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 총장은 차기 대선지지율 33%를 얻어, 문재인 전 대표(16.8%)와 안철수 대표(12.1%)를 밀어내고 선두에 올랐다.
1위인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2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보다 무려 두 배 가량 높고, 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지율을 단순 합계한 것보다도 높다.
그런데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45.7%나 된다니 놀랍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실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그의 대선가도에 위협이 되는 반 총장의 출마를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안철수 지지자들 역시 반 총장의 출마가 달가운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야권 지지자들이 대부분 그의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을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45.7%라는 수치는 그리 높은 게 아니다.
사실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 전 대표의 대선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이 47.7%로 반기문 총장의 출마 반대 의견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안철수 등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반기문 총장의 출마를 기대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반대할 경우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어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각 언론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꼽고 있다.
물론 이들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무소속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지지율이 극히 미미해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차기 대선은 여권의 반기문 후보와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3파전을 벌이는 구도가 될 것이고, 이들 지지자은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22.6%에 달했다는 점은 놀랍다. 게다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9.8%로 유보층이 많다.
(이들 여론조사의 통계보정은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여론조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손 전 대표가 특별히 어느 집단으로부터 비토를 당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뜻으로 유권자들은 손 전 대표를 영호남 지역 갈등뿐만 아니라 남북의 극단적 대치국면을 해소할 적임자로 꼽고 있는 것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도 "호남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맞선다는 건 중도보수층에서 그의 정치적 유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반긴다는 것"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한계를 보완해 줄 사람을 손 전 대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어쩌면 47.7%대 45.7%라는 수치가 말해 주듯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항마는 손학규 전 대표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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