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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대선 경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간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측이 사사건건 출동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친박과 친문 등 양당 패권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역사적으로 스스로의 힘을 믿지 않고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적이 없다"며 연일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른바 ‘연대론’과 ‘자강론’이 격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 원내대표는 2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당이 합하고 분열되고 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은 우리 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표명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본선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비문진영의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는 ‘비문 연대는 없다, 대선은 연대 없이 치른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안 전 대표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연대설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직접 꼼꼼히 파악해 내부 단속을 할 정도로 철저하게 방어벽을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안보 공약을 '자강안보'라고 작명할 정도로 자강론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따라서 ‘연대론’과 ‘자강론’을 둘러싼 안 전 대표와 주 원내대표의 갈등은 경선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안 전 대표와 주 원내대표 간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단일한 개헌안을 발의해 대선 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파격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는 당시 "이번 대선 전에 개헌안이 통과 안 되면 역대 정권에서 그랬듯이 개헌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며 3당 개헌 단일안을 강력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즉각 개헌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에 원내대표단의 수장으로서 그의 협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주 원내대표는 개헌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발의 시도 자체가 대선 주자들에게 압박용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사실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과 19대 대통령 임기의 3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공동 개헌안 작성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주 내 발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안철수 전 대표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실제 안철수 전 대표는 야3당 개헌 합의를 강력 성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3당 개헌합의안의 발의자체가 어렵게 됐다.
결과적으로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주승용 사단인 국민의당 원내대표단을 아예 바보로 만든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 주승용 원내대표를 필두로 하는 원내대표단과 안철수 전 대표 측이 이처럼 사사건건 대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지난 원내대표 경선 당시 빚어진 양측의 갈등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호남이 양보해야한다’며 주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자신이 지지하는 김성식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주승용 원내대표의 출마포기를 종용한 셈이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당시 그는 "현재 호남당인데도 불구하고 호남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매사에 호남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문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출마를 강행했고, 결국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당시 공개일정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의 ‘칩거’를 한 바 있다. 이 기간 안 전 대표의 주변에선 “원내대표 선거로 호남당 이미지가 굳어져 우려된다”거나 “호남 의원들과 같이할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만일 이게 갈등의 요인이고, 그래서 안 전 대표가 악착같이 ‘자강론’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실망이다. 그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확실히 당권을 장악해 차기 대선을 노린다는 의미로 국민의당의 승리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안철수 전 대표는 단순히 '연대는 안된다'는 불가론을 넘어서 '어떻게 해야 연대 없이 안정적인 집권이 가능할 것이냐'는 물음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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