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초록은 동색’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3-26 10: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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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는 5월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병행하는 안이 더불어민주당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심지어 내년 지방선거 개헌을 못 박는 ‘개헌 위한 개헌’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세론 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의 반대 탓이다.

실제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이주영 위원장과 이인영(더불어민주당)ㆍ이철우(자유한국당)ㆍ김동철(국민의당)ㆍ홍일표(바른정당) 간사는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바 있는 ‘개헌을 위한 개헌’ 등에 대해 폭 넓게 논의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김 전 의장이 제안한 ‘개헌을 위한 개헌’은 ▷새 대통령 취임 1년 내 개헌 ▷새 대통령 임기 단축 ▷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때 헌법에 의한 새 정부 구성 등을 골자로 헌법 부칙 조항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 부칙에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도록 헌법에 못을 박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반드시 실시된다. 하지만 이 안에 대해서 민주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특위 4당 간사들은 이날 논의한 안에 대해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한 뒤 27일 다시 횔동할 예정이지만 견해차가 얼마나 좁아질지는 미지수다. 설사 이 안에 합의한다 해도 4월9일 민주당 경선까지 마친 뒤면 대선 날 개헌 발의 시한인 3월30일은 지나가게 된다.

한마디로 ‘개헌 막차’도 이미 떠나버린 셈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대표 등 이른바 ‘대세론’으로 인해 배부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는 일부 유출된 민주당 경선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고, 안철수 전 대표 역시 1차 경선에서 압승했다. 이런 상태라면 ‘역전의 드라마’없이 두 사람 모두 소속정당의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대세론 주자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제왕적대통령’을 탐하는 사람들로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개헌에 부정적이다.

따라서 국회 개헌특위가 아무리 좋은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3당이 단일 개헌안을 제시하더라도 결코 개헌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유력대선주자들의 눈치나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뜻을 거스르는 개헌을 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화나는 건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 모두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했으면서도 ‘개헌을 위한 개헌’, 즉 ‘지방선거 때 개헌하자’는 헌법 부칙 조항 개정안마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의 말, 그러니까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 하자’는 약속은 믿을 수 없는 공약(公約)에 불과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민주당에서 안희정이 승리하고, 국민의당에서 손학규가 승리하는 ‘역전의 드라마’가 나와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 제왕적대통령제가 막을 내리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분권형 개헌이 이뤄질 것 아니겠는가.

더욱이 문재인과 안희정은 철저한 고립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걱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국민은 ‘촛불시위’와 ‘태극기 집회’로 국론이 분열돼 있는 상태다.

국민화합을 이루려면 ‘적폐청산’과 함께 ‘화합의 리더십’이 절실할 시점이다. 안희정의 ‘대연정론’을 공격하는 문재인, 그리고 손학규의 ‘연대론’을 비판하는 안철수의 폐쇄적인 ‘고립주의’로 과연 국민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은 부정부패의 고리, 정경유착을 확실하게 끊어내려면 대통령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대통령제를 끝장내고 ‘7공화국’을 건설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우리 국민이 꿈꾸던 세상이다. 그리고 ‘탄핵’으로 그런 세상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욕심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니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안철수는 문재인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경선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세론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는 결국 ‘초록은 동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고, 그런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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