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적대적 공생관계”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3-28 12: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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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사제에게 있어 악마는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악마로부터의 보호와 구원을 약속하는 종교를 찾기 때문이다.

반대로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종교의 존재 의미도 사라진다.

즉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남’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게 바로 ‘적과의 동침’ ‘적대적 공생관계’의 흥미로운 기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세시대 서양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녀사냥이 권력자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낡은 질서를 바꾸려 했던 예술가나 과학자가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 마녀사냥과 똑같다. 자신은 무조건 옳고, 남은 무조건 틀린다는 거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은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논리로 무장한 채 상대방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그렇다.

그런 모습은 과거 양당체제에서 여야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던 모습을 닮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난 2015년 119명의 양심적인 교수들이 정치체제 혁신을 촉구하면서 양당 독점체제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대통령이 있지만 주요 양당을 포함한 여러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통하여 합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고, 영국 캐나다 북유럽 등은 국왕을 둔 의원내각제에서 다수 정당이 원내를 구성하여 '연합의 정치'를 발전시켜 왔는데, 우리나라의 양대 정당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를 무기로 제3세력에 의한 정치적 경쟁을 배제하고 정치권력을 독점적으로 누려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교수들은 양대 정당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독점적 기득권을 누리기 위한 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양대 정당의 한축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침몰하고 말았다. 그러면 이제 그 교수들이 우려했던 ‘적대적 공생관계“도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공생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세론 주자들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연정’을 주장하거나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헐뜯으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안철수 후보는 호남에서 무려 65%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그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문재인 후보 역시 지지층을 결집시켜 호남에서 60% 대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로 ‘품앗이’를 한 셈이다.

하지만 대세론 주자들의 이런 태도가 과연 우리나라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태도인지 의문이다.

‘연정론’을 주장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28일 이날 오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어느 한 쪽이 옳고 어느 한 쪽이 사악하다는 이런 정치로는 민주주의도 새로운 대한민국도 열리지 않는다"며 "적폐청산 제1호는 이분법적 진리관"이라고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이어 "나는 상대를 무조건 부정하고 상대는 나를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정치 현실"이라며 "이렇게 해서는 분단·독재·갈등·대립·분열의 역사,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풀고자 했던 국민통합-민주주의-그 미완의 역사를 완수 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는 ‘연대론’을 비판하는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연대론을 비판하는 것은 안 전 대표께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결여된 탓 아니냐. 대선 승리보단 본인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 이번에 안 돼도 당의 주도권을 내가 장악하기만 하면 다음에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지금 선거 전 연대론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게 아니냐"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미 대세론 주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닫고 여전히 ‘독불장군’처럼 행세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흡사 쌍둥이처럼 빼다 박은 듯 닮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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