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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개헌논의가 될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문 대통령과 여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반면 야3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개헌특위 제2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1일 한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4년 중임제 대통령 중심제의 개헌안을 이야기했다. 여전히 대통령의 입장은 4년 중임제 개헌안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 당 소속의 상당수 국회의원도 4년 중임의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개헌의 방향을 ‘4년 중임제’로 잡았다는 뜻이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가 심각한 만큼 이원집정부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야3당은 지난 대선 당시 분권형 개헌 추진에 합의한 바 있으나,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반드시 분권형 개헌을 이루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실제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분권형 개헌의 책무를 완수해 대한민국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개헌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적폐에 대한 근본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권력구도는 야3당 간에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큰 틀의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결국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분권형 대통령제’ 추진에 합의한 야3당이 지방선거에서 정면충돌할 수밖에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느 방향이 옳은 것일까?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현대 정치질서 체계에서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전문가들이 ‘분권형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경륜이 풍부한 정치원로들은 개헌의 핵심 과제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실제 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들은 지난 제헌절 날 국회에 모여 대토론회를 열고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다.
여야 당적은 물론 계파를 초월해 이구동성으로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스승’으로 불리던 김원기 전 의장은 최근의 정치 혼란의 원인을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정치인들이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적 정치를 반복해왔다”면서 “촛불 시민혁명 과정에서 헌법이라는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일반에 퍼졌다”고 강조했다.
김형오 전 의장 역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국회와 법원보다 과도한 권한을 가졌다”면서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이 우리나라 대통령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이원집정부제로 해 대통령을 4년 중임으로 하더라도 총리는 국회에서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분권형 개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인영 의원은 왜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분권형 개헌을 반대하는 것일까?
현행 헌법 제128조 1항은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 발의권한을 국회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반대하면 국회에서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즉 국회 개헌특위에서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이 좌초될 경우, 이를 빌미로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붙여질 개헌안이 ‘분권형 개헌안’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씩 두 번 연임도 가능하도록 하는 ‘4년 중임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로 인해 ‘제왕적대통령’이 ‘황제 대통령’이 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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