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일, 1919년인가 1948년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16 1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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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이 당 혁신선언문에서 건국을 1948년으로 규정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1919년 건국’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건국일이 1919년이냐, 아니면 1948년이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양측의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우선 한국당 측의 주장을 보자.

최해범 한국당 혁신위원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우파의 사관도 좌파의 사관도 아니다”라며 “그것은 그저 산을 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국가의 3대 요소는 주권, 영토, 국민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1919년은 주권을 빼앗긴 일제 식민지체제였다. ‘주권’이 없는 국가라는 걸 인정하면, 그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록 상해에 임시정부가 수립됐다고는 하지만, 임시정부의 수반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 정당한 절차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더구나 상해는 대한민국의 영토도 아니었다.

상해임시정부는 세계에서 인정한 정부가 아니고 스스로 임시정부라는 이름을 써 온 것에 불과하다. 유엔은 1948년에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정부라는 것이다.

따라서 임시정부를 ‘대한민국 정부’라고 하는 것은 교과서적으로 볼 때 무리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8년 건국 50주년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제2의 건국’을 모토로 내 건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식 때 자신을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정부의 초대 대통령은 이승만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해석이고, 상징성 면에서 볼 때는 건국일은 1919년이라는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도 1948년 7월24일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30년 7월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며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 30년이 된 해로 언급한 바 있다.

제헌헌법의 전문에도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구절이 담겨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선언적 규정일 뿐, 실제 대한민국이 그 때 건국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 반론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가 소집된 1787년이 아니라, 1776년 7월 4일을 건국기념일로 정했다.

그 날은 미국 북동부 13개 식민지 대표들이 영국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날이며, 미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명칭이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된 날이라고 한다. 완전히 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그날을 건국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1948년이 건국일이 맞지만 상징성 면에선 오히려 1919년이라는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뒤늦게 건국일 논란에 불을 지핀 것에 대해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 때문에 선뜻 1919년 건국일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2년 후 건국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 새로운 대한민국 역사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건국 50주년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제2의 건국’을 모토로 내 걸었던 것처럼 자신은 2019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규정하고 ‘제2의 건국’을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1948년을 건국일로 인정한 김 전 대통령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정말 건국일 논란에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행정관이 8·15 기념공연을 총괄 기획했다고 하는데, 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이른바 감성팔이 식 ‘쇼통’을 하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문 대통령이 이런 의심을 받는 것은 탁 행정관을 감싸고 도는데 따른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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