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 대통령을 눌렀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21 14:06:1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주 만에 반등해 무려 72.4%에 달했다고 한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2.4%로 지난주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0.3%포인트 오른 21%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5.3%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체 지난주 내내 이어졌던 이른바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인해 국민의 식탁에서 달걀이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70%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연출의 효과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초 70.1%로 시작했다.
70%대가 깨지고 60%대로 내려앉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연출한 광복절 행사 다음날인 16일에는 되레 71.2%로 올랐고,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던 17일에는 무려 74.4%로 ‘껑충’ 뛰었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미지 연출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그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방송과 가수 이효리 씨가 출연한 방송의 시청률 차이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부터 약 1시간가량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 행사는 지상파 3사와 보도채널 2개사 등 무려 5개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를 했다. 그 시간에 국민은 사실상 다른 지상파 방송을 볼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그런데 시청률은 매우 저조했다.

실제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출연한 대국민 보고대회의 시청률은 ▶KBS 1TV 4.7% ▶SBS TV 3.2% ▶MBC TV 2.9% ▶연합뉴스TV 1.4% ▶YTN 0.7%에 불과했다.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을 모두 합해도 10.8%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지상파도 아닌 단 한 개의 종합편성 채널에서 방송한 가수 이효리 씨가 출연한 ‘효리네 민박’ 시청률은 9.995%에 달했다. 문 대통령이 등장한 방송의 지상파 3사 시청률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 지지율인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가수에게 밀린 셈이다.

국정지지율이 무려 72.4%에 달한다고 하는데, 왜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직접 출연하는 방송은 외면하고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것일까?

대체 이런 국민의 심리는 무엇일까?

혹시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저조한 응답률 등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국정지지율을 ‘오류’라고 단정 짓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어쩌면 너무나 익숙해진 ‘연출’에 식상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든 이미지 연출이 탁현민 행정관을 통해 나오다보니 어떤 질문이 나오고 어떤 답변이 나올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데다가 그 답변마저 대부분이 알맹이 없는 ‘속빈 강정’이다보니 굳이 대통령의 얼굴을 화면으로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 반영됐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21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쇼통’, ‘정치쇼’, ‘자기자랑’ 등으로 규정하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실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그들만의 예능쇼나 다름없는 천박한 오락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며 “각본 짜여진 1시간 동안의 ‘소통 아닌 쇼통 쇼’”라고 꼬집었고,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보고대회는 정권 홍보용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다"며 "우리 국민은 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일방적인 자기자랑만 하는 보고대회가 아닌 대국민소통대회가 돼야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어제 대국민 보고대회는 최근 나라 안팎의 상황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재미도 없고 홍보만 있는 정치쇼여서 씁쓸했다"며 "탁현민 연출 정치쇼로 국민을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아무튼 대통령이 출연한 방송의 시청률이 지상파 3사를 포함, 5개 방송 모두를 합해야 겨우 가수 이효리 씨가 출연한 단 하나의 방송 시청률과 엇비슷한 수준인 걸보면, 문 대통령의 인기가 가수 이효리 씨의 인기보다 못함은 분명한 것 같다. 청와대가 뼈아프게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