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빚내서 복지하겠다는 것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22 12: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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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정부가 선심성 복지정책 실현을 위해 약 25조 원가량의 적자국채를 발행키로 결정했다고 하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정부 살림살이(관리재정수지 기준)는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7년 6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2015년에는 적자가 무려 38조원에 달했다. 올해에도 이미 6월까지 24조1000억원의 적자를 본 상태다. 내년 역시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매년 들어오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 보니 누적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적자국채까지 발행한다니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건 한마디로 빚을 내서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한 집안의 가장이 어렵게 돈벌이를 하기 보다는 손쉽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우선 쓰고 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분간 가장은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가족들도 그 순간은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후엔 빚을 갚느라 온 가족이 더 힘겨운 살림살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그로 인해 자녀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문재인정부 5년간 그런 식으로 ‘펑펑’ 인심을 쓸 경우, 국민으로부터 인심을 잃지는 않겠지만 그 다음 정부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로 인해 우리 자녀들이 ‘빚쟁이 국가’의 국민으로 전락할 것이고, 모진 고통을 감당하게 될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되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 공약이행 자원에 대해 증세 없이도 세수 증가분과 비과세 감면축소 등 정부살림살이를 아끼면 충분하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솔직하게 ‘국민복지 예산이 부족해 증세할 수밖에 없으니까 국민 여러분께서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호소할 필요가 있다. 그게 올바른 길이다.

물론 그것은 대선과정에서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호언장담했던 것이 결국 거짓말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게 싫어서, 또 증세를 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 두려워서 무책임하게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면 국가재정은 어찌되는 것인가.

국가부채의 규모가 커지면 우리나라가 ‘제2의 그리스’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1980년대 이전 그리스의 공무원 규모는 3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진보성향의 사회당이 주변 세력을 공무원으로 만들기 위해 원칙 없는 채용을 하면서 공무원 숫자가 증가해 2010년 95만 명까지 늘었다. 이 같은 공무원 확대는 복지 포퓰리즘 차원에서 이뤄졌고 결국 국가부채 과다로 연결됐다. 민간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도에서 벗어나 선심 쓰듯이 공공부문을 늘린 대가는 혹독했다.

실제 그리스는 △국가부채 과다 △복지 포퓰리즘 성행 △공무원 확대 등 3대 악재의 그늘로 인해 결국 8년 전에 파산 당했고, 지금도 국민들이 빚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맨 체 힘겨운 살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8년을 노력했음에도 그리스의 경제 상태는 여전히 암울하다.

작년 기준 그리스의 부채는 GDP의 179%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 5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자로 나타나 실업률도 EU에서 가장 높다. 한 국가가 파산의 후유증을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정부의 정책방향이 흡사 8년 전, 그러니까 파산당하기 직전의 그리스와 너무나 흡사하지 않는가.

실제 우리나라 국가 부채는 작년까지 사상 처음으로 1400조 원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국민들이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부담까지 떠안고 있어 ‘빚쟁이 정부에 빚쟁이 국민이 됐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의 채용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부채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정부는 공무원 증가를 주장하고 있다. 재정이 부족하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재원대책도 없이 정부 재정만 쏟아 붓는 선심성 인기 영합적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선심성 복지확대는 필연적으로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문재인정부는 ‘빚내서 복지 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국민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거나 일부 선심성 정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주기를 바란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대통령의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미래이고, 우리 청년들의 미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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