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 ‘보수통합’ 동상이몽...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9-13 14: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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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다.

탈당권유의 징계 의결을 받은 자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제명 처분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탈당을 권유한다는 것은 불응할 경우 사실상 제명을 위한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혁신위가 이처럼 ‘친박 청산’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아마도 바른정당을 흡수통합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요지부동이다.

이날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실패로부터 2017년 대선패배까지 책임을 물어 박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출당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 계파 전횡과 국정실패의 책임이 가장 무거운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도 자진탈당을 권유했다"며 "안 받을 경우 출당조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탈당한 의원들이 복당을 원하는 경우,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한 ‘체제수호’는 물론 신보수 노선의 강화를 위해 분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목적이 바른정당 의원 일부를 흡수해 ‘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 조건이 갖춰지는 것을 전제로 “100%는 아니지만 (바른정당 의원) 80% 이상이 같이 갈 것”이라며 ‘흡수통합’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이에 대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고 친박 핵심인사들을 청산하면 보수통합 논의가 가능하다”고 화답한 바 있다.

특히 이날은 바른정당이 차기 지도체제를 두고 끝장토론을 벌이는 날이라는 점에서 한국당의 ‘박근혜 탈당 권유’ 목적이 바른정당 내 통합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실제 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저녁에는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지도체제에 대해 끝장토론을 할 예정이다.

그러면 정말 한국당이 의도한 것처럼 통합파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바른정당 내 통합파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은 "한국당 혁신위가 그런대로 괜찮은 안을 발표한 것 같다"며 "(통합론)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은데 이제 대화를 해야한다"고 혁신안을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승민 의원은 "선거 때 박 전 대통령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 이해가 안된다"며 "쇼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는 ‘한국당 혁신안이 보수통합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도 "영향 받을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병국 전 대표 역시 ‘보수통합론’에 대해 “보수통합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그것은 한국당 얘기다. 물 건너 간 얘기다. 홍준표 대표가 그만둬야 한다. 홍 대표가 척결의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김영우 최고위원도 "탈당 권유가 보수통합론에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을 당했고, 감옥에 있는 데 출당 시킨다는 것이 무슨 큰 개혁이냐"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당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른정당 원외위원장들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논의 끝에 새 지도부로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출당조치를 취하더라도 바른정당을 흡수통합 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정말 독자생존을 고집하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하고 문을 닫는 길을 택할까?

바른정당이 바보들의 집합체가 아닌 이상 그런 패망의 길로 나아가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바른정당의 자강파들은 통합대상으로 한국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을 눈 여겨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두 당은 거대 양당체제로의 복귀를 반대하고, 다당제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통합논의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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