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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중도파 의원들이 함께하는 ‘국민통합포럼’이 오늘 공식 출범했다.
이 모임에는 양당 현역 의원 60명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무려 23명이 함께 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실제 국민의당에서는 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손금주·신용현·오세정·이동섭·이상돈·이언주·이용주·정인화·최도자·황주홍 의원 등 14명이, 바른정당에서는 강길부·김세연·박인숙·오신환·이종구·이학재·정운천·하태경·홍철호 의원 등 9명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중도대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도대통합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자유한국당 내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파가 합세해 새로운 ‘제3지대 통합신당’을 만드는 정계개편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임의 취지가 당장 정계개편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실제 국민통합포럼의 목적은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한 상호소통 및 정치활동 촉진 △공동입법 추진 △정치혁신 등으로 ‘양당 통합’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역시 "정치공학적 선거연대 등과 연결시킬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목표달성을 위해 양당 의원들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선거연대나 나아가 통합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은 "양당이 패권주의에 대항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구현할 힘을 모은다면 가치 있는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중도진영에서 혁신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함께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애초 ‘중도대통합’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양당 지도부에 연대를 적극 주문한 정치인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손 전 대표는 최근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거나 통합하는 것은 정치퇴행이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함께 ‘제3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한국당 내에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3지대 정당’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제1야당이 될 수가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는 거대한 집권당과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조언한 바 있다.
그는 ‘보수통합론’자인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에게도 같은 조언을 했고, 결국 주 원내대표도 ‘중도대통합’ 쪽으로 기울였다는 소리가 들린다.
앞서 손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보라고 권유했고, 안 대표는 그의 조언을 받아들여 두 사람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도 있다.
패권정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체제’를 반대하는 이른바 제3지대정당의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한 셈이다. 물론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적어도 연대문제가 밥상에 올랐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안철수 대표가 최근 대구를 찾아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까지 포괄하며 중도통합의 구심으로 일어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자유한국당에서도 중도파가 빠져나와 합류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지율은 물론 의석수에 있어서도 단숨에 제1야당의 위치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손학규 전 대표가 그리는 ‘제3지대 대통합’의 밑그림이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왜 이런 구상을 하게 된 것일까?
그의 삶의 궤적으로 보아 단순히 각 정당의 중도파들이 모여 한번 정권을 잡아 보자는 식은 아닐 게다. 거기엔 분명히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게다. 대체 그게 뭘까?
바로 제7공화국 건설이다. 그것은 손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 목적이기도 하다. 실제 그는 제왕적대통령제인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7공화국 시대를 열기 위해 전남 강진의 만덕산에서 내려 왔다. 개헌을 하려면 제3지대에 있는 정당이 패권양당 못지않은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바닥권이다. 이러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각각 흡수돼 다시 양당체제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결국 다당제를 기반으로 하는 분권형 개헌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7공화국 건설을 위해서라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게 손 전 대표의 생각이다. 부디 불행한 제왕적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어쩌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그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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