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바른정당, 결국 분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0-0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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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은 그동안 통합파와 자강파가 마치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불편한 동거를 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불편한 동거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바른정당 일부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보수우파 통합추진위’를 구성하기로 뜻을 보았고, 이에 바른정당 자강파는 28일 “한국당으로 귀순하려면 혼자 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3선 의원 12명은 전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12명 가운데 바른정당 의원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의원 등 4명이다.

이들은 통합논의에 속도를 내어 오는 11·13 바른정당 전당대회 이전에 ‘보수우파 통합 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추석 연휴 기간에 지역 민심 청취 및 당내 인사 설득에 나서고, 10월 11일엔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11월 초에는 보수우파 통합의 당위성을 명기한 선언문을 발표하자는 등의 로드맵이 거론됐다고 한다.

바른정당에서 이 모임을 주도한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보위기와 적폐청산의 광풍 앞에 보수 야당들이 순혈 보수주의 싸움만 하면서 갈등하는 것은 정권을 뺏긴 데 이어 더 큰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라며 “뭉칩시다. 그것이 당을 뛰어넘어 나라를 걱정하는 수많은 국민의 염원”이라고 적었다.

심지어 김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탈당에 대해 "보수엘리트주의에 빠져 전(全)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라며 사실상 ‘탈당 반성문’ 성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입당한 복당파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신도 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양당이 본격적인 통합논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난관이 적지 않다.

한국당은 ‘흡수 통합’, 바른정당은 ‘당 대 당’ 통합에 각각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바른정당의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자강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은 보수통합 움직임에 “개인적 일탈 행위”라며 평가절하 했고, 하태경 최고위원도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도부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그냥 몇몇 개인들의 일탈 행위”라며 “기본적으로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훼손하는 해당 행위다. 해당(害黨) 행위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이 부분은 심각하게 문제제기가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28일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에서도 통합파를 비난하는 발언이 나왔다.

진수희 최고위원은 “11월 초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로 합의를 하고 바로 돌아서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어떤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하려 해도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렇게 한국당으로 귀순하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가라”고 쏘아붙였다.

지상욱 의원도 김영우 최고위원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한국당과 통합추진위를 구성하려는 데 대해 “당의 최고위조차 무시하는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바른정당은 이날 저녁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는 통합파와 자강파의 갈등이 의총에서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설사 이날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일시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덧난 상처는 반드시 곪아터지게 되어 있다.

곪은 상처가 터지는 시기는 아마도 바른정당의 전대를 전후한 시점이 될 것이다.

바른정당 통합파가 사실상 11월 초 전당대회를 실시하기로 했던 기존 합의를 뒤집고 새 지도부 선출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유승민 의원은 “내 생각을 밝힐 때가 오면 밝히겠다. 지금 당의 유일한 결론은 지난 번에 비대위도 무산되고 당의 국회의원 20명이 전원 만장일치로 합의한 11월13일 전당대회가 공식입장이다. 그 일정을 두고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가능성을 피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11월 바른정당의 분당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합파가 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이고, 남은 자강파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자강파의 선택은 독자생존이 아니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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