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제3지대 정당’ 지켜낼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0-1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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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패권양당체제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집권당과 제1야당이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향한 구애가 노골적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연일 ‘연정론’을 흘리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통합론’을 제기하며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런 거대 양당의 적극적인 구애로 국민의당 호남 일부 중진 의원들과 바른정당의 통합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아마도 당세가 약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간판을 가지고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당선자를 내기 어렵고, 그러면 자신의 다음 총선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민주당의 연정론이나 한국당의 통합론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저항이 거센 탓이다.

우선 안철수 대표를 살펴보자.

그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정론에 대해 “장난질을 멈추라”고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연일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날선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안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문 대통령을 향해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는가하면, “어울리지도 않은 협치 같은 단어 입에 올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회의에서도 “정부와 여당이 하는 것 중에 일관성이 있는 게 있다면 협치나 연정으로 말장난하는 것뿐”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민주당과의 ‘연정’ 대신에 확실한 ‘견제’를 택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어떤가.

바른정당의 차기 당 대표로 유력한 유 의원은 최근 친정인 자유한국당의 통합 요구를 일축했다. 실제 그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전당대회 전 통합' 제의에 "우리 당 전당대회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며 "저희는 저희 계획대로 지도부를 새로 뽑고 저희의 길을 갈 것이다. 자꾸 남의 당 전당대회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감(홍준표)은 지지율에나 신경 쓰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안 대표와 유 의원의 반대가 거대양당으로 향하는 자당 소속 의원들이 발걸음을 끝까지 붙들어 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탈자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게 정치인들의 속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제3지대 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제3세력이 확실하게 여야 패권세력을 견제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 수는 상당하다. 그들의 지지만 이끌어 낸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

지금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체제에서 드러나듯이 문재인정부와 집권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방식에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제라면 자유한국당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겠지만 다당제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신뢰를 잃은 제1야당 대신 다른 야당에게 그 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이 국회에서 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경우, 남은 의원들이 국민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을 양당 일부 관계자들이 논의한 것은 이런 판단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 전 '당 대 당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1단계 작업으로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양당 통합이 과연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는 통합’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만일 유권자들이 두 당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단지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선거용 꼼수’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으로 아니함만 못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부 언론은 안 대표와 유 의원의 행보에 대해 “차기 대선을 위한 행보”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사람은 두 당의 선거 연대나 통합이 자신의 차기 대권을 위한 ‘선거용 꼼수’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도통합’이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두 사람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되면 자신들은 당분간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분을 초대 당대표로 추대하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두 당의 통합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다당제를 확실히 안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이것이 거대 패권양당의 구애에 맞서 ‘제3지대 정당’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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