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문건 작성여부 조사
[시민일보=이대우 기자]양승태 사법부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창원지법 박 모(41) 부장판사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가 공개소환 된 건 이번이 3번째다.
검찰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년간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면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대응 방안',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 방안', '인터넷상 법관 익명게시판 관련 검토'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자발적 모임에 대한 견제방안 문건을 주로 작성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들 문건 작성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에 들어가서 말씀드리겠다"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구체적으로 박 부장판사는 2016년 3월 작성한 '전문분야 연구회 개선방안' 문건에서 소모임에 중복으로 가입한 법관을 정리하고 다른 연구회를 신설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이하 인사모)'을 자연스럽게 와해시키는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인사모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지속적 견제는 최근 재판거래 의혹 수사로 번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했다.
또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상고법원 추진사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문건도 작성했다.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을 언급하며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사건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검찰은 박 부장판사가 구상한 법관모임 견제방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행된 점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과 수석부대변인을 각각 지낸 정태원·노영희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법원행정처의 대한변협 압박 정황을 보강 조사했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 목소리를 낸 하창우 전 회장이 2015년 2월 취임하자 사건 수임 내역을 뒷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에 해당하는 압박 수단을 구상하고 일부 실행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 변호사는 "2014년 8월 대한변협이 상고법원 관련해 반대 취지의 성명을 낸 뒤 대법원이 상당한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며 "당시에는 그런 일이 왜 문제가 됐는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전부가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다시 태어나야 함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수뇌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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