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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박 9일 간의 유럽 순방을 마무리하고 21일 결국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유럽 정상들에게 한반도 비핵화 양상을 설명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번 순방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마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하듯, 순방 기간 내내 한반도 평화체제 진전, EU의 한국산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제재 적용 제외 등에 대해 유럽 주요국 정상들에게 직접 이해를 구하는 데 대두분의 시간을 할애 했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들의 회의인 아셈(ASEM=The Asia-Europe Meeting)은 북핵문제에는 미국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ly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ytion of North Korea)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이는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보다도 더 강화된 입장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에 앞서 FFVD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메르켈 독일 총리,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지난 19일 폐막한 제12차 아셈 의장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핵무기, 여타 대량파괴무기, 탄도 미사일 및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CVID)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아셈 의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은 물론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들까지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법으로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속히 복귀하고, 모니터링 체계에 협력해야 하고, 특히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며 북한의 인권문제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에서 열심히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헛발질’만 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외교'는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외국정상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국제공조 기반 위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고,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급하면 체한다 했건만 유럽 순방 중 그렇게 앞세울 필요가 있었는지 아쉽다"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주관적 희망보다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점검하는 계기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한반도 평화안착을 위한 문대통령의 노력은 필요한 것이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칫 이 문제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 51개국 정상과 지역협의체인 아세안과 유럽연합 대표가 참여하는 다자 회의체다.
그 아셈 의장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한마디로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쩌면 문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 아셈정상회의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계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왕따’가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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