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거버넌스] 경기 의정부시, ‘미2사단 주둔 53년’ 역사속으로

이기홍 / lkh@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11-12 13: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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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이전부지 개발 시동··· 평화통일 중심도시로 새로운 도약
미군기지촌에서 반세기만에 기회의 땅으로 새출발
‘영원한 우호 증진’ 상징조형물 설치·타임캡슐 매설

▲ 미2사단 창설 100주년을 기념해 타입캡슐을 매설한 후 손을 잡고 한미공조를 다지고 있는 안병용 시장과 스콧 맥킨 미2사단장의 모습. (사진제공=의정부시청)

[의정부=이기홍 기자] 경기 의정부시가 10월15일 53년간 의정부에 주둔해온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을 앞두고 환송음악회를 마련해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환송음악회에 참석한 미2사단 측은 감동적인 콘서트를 마련해 준 시와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평택으로 이전하더라도 의정부에서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2사단 측 한 관계자는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은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온다는 뜻”이라며 “비록 미2사단은 의정부를 떠나지만 평택에서의 새로운 출발이 기다리고 있으며, 의정부와 미2사단의 우정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되어 시민들 곁에 다가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시민일보>에서는 지난 53년과 시의 안보를 지키고자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미2사단과 의정부시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봤다.


■ 미군부대와 의정부, 긴 인연의 시작!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자 우방국 철수군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한국인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 의정부에 영구히 주둔할 군사령부가 건설됐다. 1953년 전후로 거대한 미군기지들이 의정부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이때다.

가능동의 자갈과 돌뿐인 벌판에 담당하는 미1군단 사령부의 영구 콘셋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이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350여 곳에 이른다.

처음 미1군단 사령부가 들어선 가능동의 사령부는 ‘캠프 잭슨’이었으며, 시민들은 이 부대를 그냥 군단이라 불렀다. 캠프 잭슨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미군클럽이 즐비한 가능동 거리를 미군들은 캠프 잭슨 스퀘어광장이라고 불렀다. 캠프 잭슨은 1957년 5월18일 미국군의 날 한국전쟁의 영웅 ‘미첼 레드 클라우드’ 상병의 이름을 기려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재명명해 오늘날까지 불리워 왔다.


■ 의정부에 주둔해온 미2사단

미2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파죽지세로 국군이 사지에 몰려 있을 때, UN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했으며, 전세 역전의 전환점이 되었던 양평 지평리 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워 첫 번째로 평양에 입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2사단은 전사자 7094명, 부상자 1만6237명, 전쟁포로 1516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러야만 했고, 실종된 186명은 여전히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미2사단은 군사요충지였던 의정부를 비롯한 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자리 잡게 됐으며, 현재까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전투 사단이다.

미군기지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피난길에서 돌아온 시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서광이었다. 주민들은 초기에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우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얻었다. 1980년대까지 의정부에는 가능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군을 상대로 한 업종이 많았다. 미군들을 위한 옷가게와 식료품점, 연회장, 음식점 등이 주를 이뤘다.

미2사단은 국가적으로는 대한민국 핵심전력의 일부를 담당하는 한편,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오랜 친구였다.

함께해 온 시간이 짧지 않았던 만큼 그간 의정부 지역주민과 나눈 추억도 다양하다. 미2사단 장병들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열어 사교육을 받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줬으며, 부대 내 다양한 행사에 초청해 미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매년 초겨울이면 사단장과 참모진 등이 솔선수범해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석해 소외된 이웃을 함께 돌아보기도 했다.

한편 시에서는 설과 추석 등 민족 고유의 명절이 되면, 가족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근무하는 2사단 장병들을 위해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장병들을 위문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미2사단이 의정부의 주둔하는 동안 부대와 시와의 관계는 행정기관과 미군병력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동반자였다.


■ 상징조형물·타임캡슐로 ‘영원한 우호증진’ 기록

시는 2017년 10월26일 역전근린공원 동부광장에서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 및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매설식을 진행했다.

이날 미8군 군악대의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역전근린공원 테마 중 과거를 상징하는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을 제작함으로써 현재를 상징하는 시 승격 50주년 상징조형물과 미래를 상징하는 베를린장벽과 함께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테마를 완성했다. 창설 100주년을 맞는 미2사단을 기념해 시와 미2사단, 더 나아가 한미 우호를 의미하는 상징물의 하나로 타임캡슐도 제작해 매설했다.

타임캡슐은 시와 미2사단에서 각각 마련한 시정백서와 의정백서, 각종 홍보물 및 사진첩, 기념주화, 군복 및 군화 등의 수장품을 수집해 제작했으며, 매설일로부터 100년 후인 2117년 10월26일 후대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다.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은 높이 8미터에 폭 2미터 크기로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 모양을 따라 형태를 곡선화하고 기둥의 단면은 미국을 상징하는 별 모양으로 형태화해 태극 문양이 별을 감싸 안고 하늘로 솟아오르며 기둥의 축이 회전하는 모습이 한미가 서로 화합하는 것을 표현했다.


■ 굿바이 미2사단, 땡큐 의정부시!

이렇듯 오랜 시간 의정부와 함께한 미2사단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본부를 포함한 모든 부대가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결정됐다. 캠프 카일 등 5개 기지가 이미 이전을 완료했고, 현재 남아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나머지 3개 기지도 10월 말 기준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미2사단의 이전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는 그야말로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하고 있다. 도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였던 미군 부대가 이전하는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장병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오랜 시간 시민과 함께한 미2사단을 위해 아주 특별한 음악회를 개최했다. 미2사단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석별의 정을 나누고 미2사단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콘서트를 마련했다.

10월15일에 개최된 환송음악회에는 미2사단 장병들뿐만 아니라 미2사단과 자매결연한 26사단 장병들이 함께 참석해 한미간 두터운 우정을 과시했으며, 대극장 1~2층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시민들은 미2사단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한편 평택기지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안병용 시장은 환송사를 통해 “지난 53년 주둔해 온 미2사단은 국가안보의 핵심 전력이자, 우리 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긴 시간 동안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미2사단을 대표해 스콧 맥킨 미2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스콧 사단장은 “의정부시는 미2사단에게 매우 특별한 동반자였다. 떠나는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동했으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새로운 100년을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

향후 미2사단의 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그 간 각종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군 부지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광역행정타운을 비롯한 과거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도심 내 이전부지에 대한 개발이 속속 이루어져 미2사단이 주둔했던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이전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며, 2019년에는 시의 면모를 일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오동에 위치한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는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되어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한국석유관리원, 국민건강보험공당, 의정부 준법지원센터 등이 이전 완료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와 의정부소방서를 비롯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부지계약을 마치고 설계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의정부동에 위치한 캠프 홀링워터 부지는 역전근린공원으로 조성 되어 독일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는 등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캠프 에세이욘 부지는 을지대학교 캠퍼스와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이 이미 착공했으며, 캠프 라과디아 부지에는 6차선 도로 공사가 완료된 후 공원과 도서관이 개발 중이다.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는 세계적인 안보테마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캠프 잭슨은 세계적인 미술 갤러리를 포함한 예술 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안 시장은 “미2사단 기지 이전은 한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이자, 또 다른 역사의 첫 페이지이라 할 수 있으며, 의정부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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