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추미애, ‘역지사지’에 ‘금시작비’로 맞불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05 1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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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 비리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
추 “정권 흔들기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미화돼선 안 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기야 사자성어까지 동원해가며 양측의 갈등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관계자에 따르면 윤 총장이 ‘역지사지’(易地思之·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함)를 인용해 검찰개혁 방향을 제시하자, 추 장관이 '금시작비'(今是昨非·과거의 잘못을 오늘날 비로소 깨달음)'로 맞받아치고 나섰다.


대검찰청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방 검찰청을 찾아 일선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윤 총장 발언에 추 장관이 즉각 반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TV’가 공개한 대전 고검·지검 직원들과의 간담회 영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진실이라는 게 (항상) 진실이 아니다"라며 "상호작용에 의해 나오는 거니까 공정한 경쟁의 원리를 이해하고 늘 '역지사지' 마음을 갖는 게 검찰이 변화하는 목표요, 방향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 관련한 양기대 민주당 의원 질의에 '금시작비'를 언급하며 "어제의 잘못을 오늘 비로소 깨달았다는 뜻인데, (윤 총장에게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판단으로 인해 특검과 검찰이 그동안 뭘 했느냐는 국민의 질타가 있다"며 "그 수사팀에 (윤) 총장도 관여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추 장관은 "정부를 공격한다든지, 정권 흔들기를 하는 것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라고 미화돼서는 안 된다"며 "(윤 총장의) 정치적 언행·행보가 최근 국민적 우려와 의혹을 낳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를 캐내야 되는 것인데, 그렇게 해석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느냐 하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며 "정말 문자 그대로 '정치인 총장'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 장관이 지목한 '살아있는 권력' 언급은 윤 총장이 충북 진천군 소재 법무연수원에서 33~34기 초임 부장검사 3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과 만찬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비전과 목표는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공정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도 보호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민주당이 윤 총장을 향해 공세를 취하며 추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총장의 말처럼 검찰 본연의 역할은 모든 범죄와 부정부패에 성역 없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에 충실할 때 진정한 검찰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행태는 그렇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권력엔 집단적으로 저항했고, 검찰 편에 선 권력에는 관대했으며, 제 식구는 수사도 하지 않고 감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국민들은 '선택적 공정', '선택적 정의'라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총장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공화국 검찰'을 언급했지만 당시 정적을 탄압하는데 검찰권이 악용되기도 했다”며 “지금 윤석열 총장이 언급한 '검찰 제도'가 당시 국민을 공포로 밀어 넣었던 그것이 아니길 바란다. 진짜 검찰개혁은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자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경력이 전혀 없고, 정무 감각도 제로인 사람을 '정치인'이라 부르니. 정작 정치인은 총장이 아니라 장관이다"라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다른 부서는 몰라도 법무부 장관은 비정치인 출신으로 문민화해야 한다"며 "추미애 사태의 교훈은 적어도 법무부장관은 정치인을 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일 신임 부장검사 교육에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 추미애 장관 식의 검찰개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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