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원전 ‘월성1호기’ 경제성 일부러 저평가“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21 11: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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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재검토“ 한마디에 짜맞추기식 절차 진행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원전 폐쇄 여부를 결정짓는 데 있어 주요 근거인 경제성이 저평가되는 과정에 고의적 시도가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두고 21일 여당은 "탈원전 정책 흔들기"라고 반발한 반면 야당은 "잘못된 경제성 저평가 지적"이라고 받아치는 등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앞서 전날 발표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4월 4일,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즉시 가동 중단하라'는 방침을 낸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가동 중단 시기가 언제냐"고 질문했다고 전한 부하직원의 보고가 발단이었다. 


'월성 1호기' 폐쇄시기 등을 확정하기 위한 경제성 평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의 일이다. 


당시 A과장은 ''월성 1호기'를 방문했던 청와대의 한 보좌관이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을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했고, 이를 본 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고 질문했다는 내용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해듣고 이를 백 전 장관에 보고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보고를 접한 백 전 장관은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원전을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백 전 장관은 2017년 12월과 2018년 3월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에너지전환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각각 논하면서 한수원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보다 운영변경허가 기간(2년)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받았지만 문 대통령 한마디에 '폐쇄' 방침을 기정사실화 했다. 


한수원은 이 같은 방침에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산업부의 뜻대로 청와대 보고까지 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백 전 장관 지시 이후 졸속 경제성 평가가 시작되는 등 사실상 짜맞추기식 절차가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했다.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성 평가에 적용된 2017년 한수원 전망단가(55.08원/kWh)는 같은 해 실제 판매단가(60.76원/kWh)보다 9.3%(5.68원/kWh)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원전의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산출됐다. 반면 가동중단에 따라 절약되는 인건비 등은 과다하게 계산됐다.


이같이 졸속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2018년 6월15일 '월성 1호기' 폐쇄가 결정됐고, 즉시 가동중단이 이뤄졌다. 


또한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1호기 관련 감사가 진행되자 고의적인 감사 방해 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부 국장과 부하직원들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관련자료를 삭제했고, 감사원에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등 일부를 누락한 채 송부했다. 이들이 지운 파일은 ‘탈원전 주요 쟁점’ 등 444개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일 감사원의 추가자료 제출이 예상되자 전날 밤(일요일) 11시30분에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무원은 “감사원에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기 위해 (삭제) 했고, (상급자로부터) 평일 밤낮엔 근무자들이 있어 주말에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산업부 간부는 2019년 11월 감사 상황을 보고받은 뒤 부하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회의를 갖고 증거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감사원은 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감사원은 2018년 9월 퇴직한 뒤 한양대 공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로 돌아간 백 전 장관을 향해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산업부에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엄중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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