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전 지원 의혹 문서 파일 놓고 정치권 공방 격화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31 11: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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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명백한 국기 문란 행위”…여당 “선거용 북풍 공작”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월성1호기 원전폐쇄를 밀어붙이던 문재인 정부가 같은 시기 북한원전 지원을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관련 문건 파일이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공무원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31일 이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 정부여당의 파상공세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공개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공소장 내용과 관련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 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실제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원전 관련 530건 자료 삭제 목록에는, 북쪽이라는 뜻의 핀란드어 ‘뽀요이스’(pohjois)와 ‘북한 원전 추진’ 줄임말로 추정되는 ‘북원추’ 제목의 폴더 등에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나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 등 총 17개의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3일 감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모 국장을 포함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제일먼저 청와대가 발끈하고 나섰다.


강민석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란 표현까지 한 것은 북풍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치 소설의 백미다. 최소한 팩트는 확인하고 말씀하시라”며 김 위원장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통일부 관계자도 아니라고 하고, 산업부에서도 근거 없는 보도라고 했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실무준비한 제가 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날을 세웠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까지 나서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에서 말과 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책임정치의 출발"이라며 "본인의 발언을 책임 있게 정리하시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실무를 맡았던 산업부와 통일부 모두 부인하고 항의한다"며 "그런데도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국민의힘 서울시장 주자들도 해당 사건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며 “문건 작성 경위를 청와대가 직접 밝히라”고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 “하다하다 이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원전까지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 했다니 제정신인가”라며 “까도 까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문재인 정권의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국내에선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원전 폐쇄, ‘탈원전’에 혈안이 된 정권이 북한에 원전건설 지원을 추진했다니 정말 이 정권의 이중성에 말문이 막힌다”면서 “더군다나 이 문건이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에 만들어지고, 5월 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것을 생각하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굴욕적이고도 위험한 유인책을 제시했던 게 아니었는지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제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나 부품의 대북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면 그 관리와 안전은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게 오 전 시장의 주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과 집권 여당이 왜 그렇게 월성원전 조기폐쇄관련 수사를 막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을 찍어내려 했는지 이제야 온 국민이 그 이유를 알게 됐다”면서 “북한 원전 지원을 검토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민 앞에 진실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다보다, 이런 정치 처음 본다"며 “제1야당 대표의 정권 비판 한마디도 듣지 못하겠다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답지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급하긴 급한가 보다. 뭔가 된통 걸렸다는 뜻”이라며 “단순 과민반응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총력 대응이다. 막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눈에 훤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이냐"며 "단순 실무진 차원의 검토였다는 비루한 변명이 통할 것이라 생각하다니 한심하다. 원전 게이트’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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