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독주' 비판...천호선 “공수처는 정의당 과제, 협조해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정의당이 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거대의석을 앞세워 일방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천호선 전 정의당 대표가 10일 “공수처 설치는 정의당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과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동안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은 김종철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2중대 탈피”를 강조하며 연일 정부 여당에 날을 세우는 모습이어서 정의당이 이번 기회에 독자노선을 구축하게 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 상태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8일 민주당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 반대토론 등의 절차 없이 ‘기립 투표’로 법안을 밀어붙이자, 정호진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174석 거대여당을 만들어준 민심”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만 한다”고 의회 독주를 질타했다.

특히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했던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관련법이 민주당 주도 하에 '유지'쪽으로 법안이 통과되자, 문 대통령을 지목한 논평까지 등장했다. 

실제 입찰담합과 가격담합 등 이른바 ‘경성담합’ 사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수사·기소할 수 있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부 주도로 제출됐으나 민주당이 다수인 정무위는 8일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검찰과의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느라 사리분별을 잃은 탓에 재벌개혁의 원칙을 뒤통수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정호진 수석대변인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갑질'을 공박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논평으로 이목을 모았다. 

정 수석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법사위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고 알리면서 김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맹비판했다. 

그는 “김남국 의원은 조치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며 “법안을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고자 인질 삼아 압력을 행사했다니,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천호선 전 대표가 “공수처법개정 표결을 앞두고 정의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걱정”이라며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천 전 대표는 “정무위와 환노위에서의 민주당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검찰개혁 싸움을 잘 이끌어 왔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도 “정의당 지도부나 의원들 일부에게 검찰개혁은 ‘민주당만의 이슈’거나 ‘국민의 삶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의 힘이 사실상 공수처 자체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의당이 혹여 ‘개정반대 표결’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공수처 무산에 동조하고 협력하는 것이 된다”며 “혹시라도 어차피 통과될 것이니까 반대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섬찟할 정도로 무책임한 정치다. 만에 하나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의원 자율투표에 맡긴다면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일이 될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닌 기권을 한다면 작은 이유로 거대 악을 방치하는 기회주의가 되고 말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반면 여의도 정가에선 이번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정의당 입장이 김종철 대표 취임 직후 선언한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는 적기로 보고 있어 정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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