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청와대에 북 원전 지원 추진 의혹 등 해명 촉구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2-01 12: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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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의혹도...야 "USB 내용 공개하면 돼" 압박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 직전(2019년 12월 1일) 삭제한 530개 원전 파일에 북한 원전 지원 관련 파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이와 관련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 청와대의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산자부 공무원들이 개입된 월성 원전 조기 페쇄 사건과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경제성 조작 평가 △북한 원전 추진 의혹 등에 대해 청와대 해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청와대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사준모는 “피고인들이 한밤중에 몰래 타인의 방에 침입해 파일들을 삭제했지만, 검찰이 복구한 파일들을 보고 정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지금 이 문제로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진정서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자부 공무원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조속한 해명을 요구했다.


산자부는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 등의 동향보고서 10여 건을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검찰이 감사원 감사 직전 산업부가 폐기했던 문건 530건을 복원한 결과, 에너지 전환 관련 지역 및 이해관계자 동향과 원자력정책연대 출범 및 동향보고, 에너지 전환 관련 단체 동향 보고 등 제목의 문건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당시 정부가 원전폐쇄 정책을 추진하고 있던 와중인데 북한에는 원전을 추진하려던 문건이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사준모는 “산자부는 단순한 의견검토용으로 작성한 문건이라고 해명했으나 진정인이 판단하기에 피고인들이 한밤중에 타인의 방에 침입해 삭제할 정도로 중요한 문서였다면 단순한 의견검토용 문서가 아닐 것”이라며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발전소 USB를 건넸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한 조한기 전 비서관의 말과 달리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넸다는 것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미 사실로 밝혀진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경제성 조작 사실을 청와대 비서관 등이 알았느냐는 사실도 해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의 주장과 달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남북정상회담 직후(2018년 5월)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등 북한에 원전 또는 전력을 지원하는 3가지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긴 문건을 작성했고, 감사원 감사 직전인 2019년 12월 1일 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 단독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로 세간의 관심이 정상회담 때 김정은에 USB를 건넸다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에 쏠리는 분위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제1안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2안은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이었고 감사원은 해당 문건을 2020년 산업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부가 북한 원전 관련 문건들을 만든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4월 27일)과 2차 남북정상회담(5월 26일) 사이로 당시는 산업부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결과도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하고 밀어붙이던 때라는 지적이다.


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전략물자(원전) 이전 문제를 산업부 국장급 이하 공무원 3명이 검토했다는 것은 난센스” “청와대 지시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란 말이 나돌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윤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한밤중에 사무실에 잠입해 원전 관련 문건을 삭제한 이유'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삭제했다는 문건 530건 중 220건이 박근혜 정부 때 작성했다는 문건들이기 때문에 (북한 원전 관련) 문건 자체를 겨냥해서 삭제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문건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알 수는 없는 사안”이라면서도 “산자부 입장에서는 (시기상) 당연히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남북간 또는 북미간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에너지 협력 차원의 여러 가지 검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북한 원전 건설 내용이 포함된 USB(이동식저장장치)를 건넸다는 야당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USB를 건넨 것은 사실이나 수력이나 화력일 것”이라며 “원전이라는 건 남북 간에 합의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부인했다.


반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 문건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야밤에 정부청사에 공무원이 침입해서 삭제했던 문서"라고 규정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이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USB 내용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삭제 문건도) 문서 원본을 공개한 뒤 산자부가 규명해야 할 일"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도 전날 오후 국회에서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원전문건 원문을 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삭제된) 문건이 1차 남북회담과 2차 회담 사이에 작성된 걸 고려하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보답 차원으로 원전 지원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밝히지 않으면 조속히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압박했다.


특히 “유엔과 국제사회 제재 대상인 핵보유국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는 건 우리가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개인까지 제재) 등 엄청난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며 “특히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 원전을 지을 수 없고, 한·미 원자력 협정에도 어긋나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의혹) 어디에 내 지문이 남아 있느냐’는 자세이지만, 현장 곳곳에 대통령의 족적이 남아 있다”며 “한 손에 핵무기를 잔뜩 움켜쥔 김정은의 다른 손에 플루토늄을 양산할 수 있는 원전을 쥐여주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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